바리톤으로 세계무대 활약
“이천과 소중한 인연에 감사
시민들 문화향유 노력할 것”
“세계적 예술도시 손색 없어”

극장 오디션 시스템 도입으로
예술인들 무대 오를 기회 제공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1200석 어쿠스틱 극장 보유

이응광 이천문화재단 대표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공: 크레딧 최원일 ) ⓒ천지일보 2023.02.23.
이응광 이천문화재단 대표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공: 크레딧 최원일 ) ⓒ천지일보 2023.02.23.

[천지일보 이천=이성애 기자] “이천은 세계적인 도자기 도시로서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에 관심이 굉장히 높은 도시예요. 아름다운 클래식문화를 이천에 정착시키기 위해 세계적인 교류 즉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품격 있는 국제음악제 등 국제예술도시로 승화시켜나갈 것입니다. 대관령, 통영이 좋은 자원을 힘입어 이미 성공적인 국제음악 도시가 된 것처럼 이천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도시입니다.”

유럽 전역을 오가며 세계무대에서 활약했던 성악가 바리톤 이응광씨가 2023년 1월 이천문화재단을 이끌어 갈 대표로 선임돼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학 시절 내내 장학금과 유학비를 후원해 주셨던 박의협 법무사님을 통해 각계각층의 이천분들을 만나게 되고 그 인연의 연속으로 월전시립미술관 장학구 관장님의 초청으로 월전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 스위스 바젤 극장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며 “동요 할아버지로 불리는 윤석구 선생님께서 주최하신 토크콘서트 등 지난 20년 동안 이천의 소중한 인연과 만남이 큰 힘이 돼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 감사하고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극장의 주역 가수이지만 동양인으로 서양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늘 절실하게 일해 왔다”며 “아티스트의 미래는 늘 뿌연 안개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지금의 주어진 자리 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들의 아름다운 문화향유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많이 격려해 주시고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성악과에 장학생으로 입학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이어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디플롬과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2006년 독일 알렉산더 지라르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 2008년 이태리 리카도 잔도나이 국제콩쿠르에서 1위 그리고 2010년 스위스 에른스트 해플리거 국제콩쿠르 1위를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일본 등의 오페라 프로덕션을 거장들과 함께 수많은 클래식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 온 국제적인 아티스트이다.

다음은 이응광 이천문화재단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천문화재단 발전 위한 프로젝트는.

손열음 피아니스트가 대관령 예술감독으로 있는 강원도의 대관령 음악제, 독일인 플로리안 림이 오랜 시간 대표로 지낸 통영국제음악제는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음악제로 꼽힌다. 손색없이 아름답게 잘 지어져 있는 통영국제음악당은 세계적인 거장들을 초청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천문화재단은 통영이나 대관령보다 서울에서 가까운 이천의 장점을 살려 토속적인 문화, 역사, 예술도시로서의 장점을 살릴 것이다. 또 이천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서 도자기 축제와 조각국제심포지움 등 국제적인 예술도시로서의 가능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다. 이천문화재단은 1200석의 어쿠스틱이 훌륭한 극장과 시립박물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훌륭한 아티스트는 물론 지역 예술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임기 내 최대한 그 초석을 다질 것이다.

2012년 스위스 바젤 오페라 극장에서 비제의 카르멘 중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을 맡아 열언하고 있는 이응광 대표. (제공: 이천문화재단) ⓒ천지일보 2023.02.23.
2012년 스위스 바젤 오페라 극장에서 비제의 카르멘 중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을 맡아 열언하고 있는 이응광 대표. (제공: 이천문화재단) ⓒ천지일보 2023.02.23.

-이천문화재단의 대표가 된 소감은.

지난 1월 2일 첫 출근 후 소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재단 가족분들과 대화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논의해 조직이 안정돼 가고 있다. 나에게는 굉장한 도전이다. 행정적 부분은 경영지원팀과 시청 문예관광과에게, 지역적 부분에서는 예총 회장님, 문화원장님, 지역 언론인 등 여러분께 자문을 구하고 있다. 또 타 문화재단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티스트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들의 다양한 예술활동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다각면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이제까지 아티스트로 음악 안에서 아름답게 잔잔한 호수처럼 살았다. 이전처럼 자유롭지는 않지만 이제는 문화재단의 CEO로서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로 나와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삶의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스위스 바젤 극장에 1년 계약직 솔리스트로 입단했다가 갑자기 펑크가 난 가수 덕분으로 주역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운이 좋게 주역으로 공연을 하고 다음 날 오페라 감독이었던 ‘디트마르 슈바르츠’로부터 전속주역가수 정단원 계약을 제안받았다. 이후 평생 꿈꿔왔던 수많은 오페라의 주역으로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등 오페라 가수로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시민에게 문화향유 기회 제공한다는데.

유럽과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셨던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귀국해 국내에 오면 의외로 무대의 기회가 없어 정작 그들의 소식을 알 수 없다. 유럽과 같이 극장 오디션 제도를 도입해 그들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등용의 기회를 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기회를 줘 영상과 음원을 통해 1차적으로 실력을 검증한 후 선발된 아티스트들은 극장에서 상시 오디션을 가질 예정이다. 뮤지컬이나 대중들의 인기가 있는 다소 상업적인 공연도 당연히 계획하지만, 문화재단으로서 순수 예술인들을 도울 것이다. 3년 전 이천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문화 관광도시 구현을 위해 노력했지만 소통의 부족으로 시행착오들이 많았던 것 같다. 최근 팀원들과 개인면담·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재단의 방향성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시민들의 문화향유와 혜택을 위해 노력하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각오는.

몇 해 전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정착했으나 초반에 어려움이 많았다. 팬데믹으로 2020년 초반 모든 공연이 취소돼 아티스트로서의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며 좌절하기도 했다. 당시 봄아트프로젝트 소속사와 함께 깊이 고민하고 노력한 끝에 방송 활동으로 또 다른 기회가 주어져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힘들기도 했다. 유럽의 활동에서는 한 역할을 맡게 되면 3개월 정도 그 역할에만 충실하면 됐다. 국내는 다양하고 수많은 프로그램을 직접 준비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쉴 수 있는 시간도 생기지만 한국에서는 리사이틀, 음악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활동을 쉼 없이 해야만 했다. 방송 출연을 하면 타장르의 노래도 불러야 할 때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인생에서 가장 많은 활동과 열매를 맺었던 풍성한 한해였으나 단 하루도 쉬지 못해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한해였다.

그러나 언제나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소중한 팬들과 든든한 지원군이신 김경희 이천시장님 이하 시민분들의 응원으로 새 힘을 얻는다. 이천문화재단의 아름다운 성장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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