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사상자 약 30만명 추정
우크라 3분의 1 실향민 신세
우크라 인프라·경제 타격 심각
전쟁에 에너지·식량가격 폭등
미·중·러 군사력 대결 심화
전 세계 군사비 약 2조 달러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펴낸 전황 평가 보고서에서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군이 ‘전쟁 1년’이 되는 이달 24일까지 바흐무트를 점령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위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타는 바흐무트 전선. (출처: AP, 연합뉴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펴낸 전황 평가 보고서에서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군이 ‘전쟁 1년’이 되는 이달 24일까지 바흐무트를 점령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위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타는 바흐무트 전선. (출처: AP,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세계의 이목을 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꼭 1년이 된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대의 무력 분쟁인 우크라 전쟁은 엄청난 인명 피해와 난민을 양산하고 있고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을 초래해 세계 경제에도 큰 타격을 안겼다. 또한 러시아의 핵 위협 속에 군비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국제질서가 서방 대 러시아 위주로 모인 반(反)서방 대결 구도로 재편돼 ‘신냉전’을 방불케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잇달아 천명했다. 러시아가 3월까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 대공세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30개국도 이번 봄이 전쟁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라고 보고 주력 전차와 장거리 미사일 전달에 속도를 내기로 뜻을 모았다. 이처럼 양측이 결전을 준비하면서 전쟁 1년이 확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유엔총회에서 “평화의 가능성이 계속 줄어드는 반면, 추가적 긴장 고조와 유혈 사태의 확률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전쟁이 향후 2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전을 예측했다.

◆우크라 난민 800만명 

지난해 2월 24일 새벽, 러시아는 우크라 동부 돈바스를 해방하겠다며 ‘특별 군사 작전’을 전격 개시했다. 러시아군은 전선 돌파를 위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동시에 후방 도시와 인프라에 수시로 자폭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하며 민간인 피해를 키웠다. 우크라는 서방으로부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을 비롯한 장거리 무기를 지원받아 1년간 전면전에 나섰다. 이에 양국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개전 후 우크라에서 민간인 6919명이 숨지고 1만 107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 집계보다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의 난민사태를 일으켰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우크라 국민 4100만명의 약 3분의 1인 130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이 중 약 800만명은 해외로 떠났다. 국경을 넘지 않았지만, 고향을 떠난 우크라 실향민 규모도 650만여명에 달한다. UNHCR는 최근 성명에서 발발 1년을 앞둔 우크라 전쟁을 가리키며 ‘한 나라 인구 3분의 1 이상이 실향민이 된 사건’, ‘세계 2차 대전 후 가장 큰 규모의 피란민이 급격히 발생한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양국 군 피해 규모도 막대하다. 최근 미국과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군 사상자는 약 10만명으로 예측했고 러시아군 사상자는 적게는 10만명에서 많게는 20만명으로 추산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격전지인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의 인해전술식 공격이 펼쳐지면서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 기반시설과 경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우크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0.4% 감소했다. 키이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재건 사업 비용은 1조 달러(약 12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

천연가스의 세계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가 ‘유럽의 빵 바구니’라 불리는 세계 3∼5위권 밀 수출국 우크라와 전쟁을 시작하자 세계 에너지·식량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개전 이후 유럽이 우크라를 지원하자 러시아도 독일 등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밸브를 잠그면서 이에 맞섰다. 이 때문에 전쟁 위기 이전인 2021년 12월에 배럴당 60 달러대였던 국제 유가는 전쟁 이후 2주만에 130달러를 돌파, 13년여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개전 이전 ㎿h(메가와트시)당 60∼70 유로대에서 개전 이후 역대 최고가인 345유로까지 5배 정도 뛰어올랐다. 지난해 가을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량이 전년 동기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EU 국가들은 다급하게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입을 늘려 세계 에너지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밀 선물 가격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포인트까지 올랐다.

전쟁 여파로 생긴 에너지·곡물 가격 급등은 코로나19 일상회복 이후 심각해진 각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쳐 세계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전쟁 1년을 맞은 현재 유럽은 1월 기온이 최고 20도까지 오르는 이상 고온 현상 덕에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다. 이에 따라 겨울철 최악의 고비는 넘겼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이 내려가고 경기침체에 빠지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핵 위기론에 군비경쟁 가속

미국은 유럽연합(EU)과 함께 대(對)러시아 제재와 우크라 군사지원을 주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그 반대편에선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도 관계 재정립에 나서며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촉발한 전 세계적인 대결 구도는 글로벌 군비 증강 경쟁까지 불러오고 있다. 신(新)냉전 시대가 본격화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이 새로운 안보 환경에 맞춰 장기적인 목표 속에 군사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73개국이 지출한 군사비는 약 2조 달러(약 2600조원)로 추정된다. 2017년 1조 700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증액된 결과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적인 방위비 지출에서도 유럽과 아시아는 모두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이 연구소는 지난 15일 밝혔다. 미국 국무부의 지난달 자료에도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년간 미국이 외국에 판매한 무기는 2056억 달러(약 254조원)로 전 회계연도에 비해 49%가량 늘었다. 이는 유럽과 아시아가 글로벌 군사 대결의 중심에 있다는 의미로, 이런 특징은 미국의 무기 판매에서 확인된다.

우크라 전쟁에 따른 유럽의 정세 변화에 이어 중국이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대만이 ‘미래의 우크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 아시아 국가의 군비 확장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중국을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도 주요 2개국(G2)인 미·중 양국의 군사력 확대 대결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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