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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지내고 국방부 정책실장, 극동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한 권안도 합참 전 차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재 종식과 관련해 유엔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권안도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러 서명 부다페스트 협약

유엔안보리, 조치 나서야 하지만

중 거부권 행사로 불이행 중

서방, 협상탁자에 러 데려와야

-우크라 전쟁 장기화 우려

주변국 국방안보 불안감 가중

비공격국 자위권 보강 필요성

유럽 전력 증강에 K-방산 호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24일은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지 1년이 된다. 전쟁이 장기화 하면서 소모전 양상인데, 종전 평화협상의 길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우크라 양군 도합 사상자가 1년 만에 30만명(러시아 20만명, 우크라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전쟁은 교착상태다. 최근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 측에 주력 전차 지원을 발표했지만, 격전지에 즉각적인 투입이 어렵다. 유럽 내 우크라에 국한된 국지전이지만 주변국들은 확전을 우려해 전력을 증강시키는 분위기다. 이에 한국 방산업계도 폴란드에 무기를 수출하는 등 덩달아 호혜를 누리고 있다. 평화적인 종전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천지일보는 권안도 전 합참 차장을 만나 러-우크라 전쟁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안보와 관련한 진단을 들어봤다. 권 전 차장은 국방부 정책실장,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중장으로 국방안보 전반에 정통한 군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권 전 차장과의 일문일답.

- 러시아-우크라 전쟁의 국면전환 카드로 서방이 주력전차(탱크)를 본격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사용법 훈련이 어렵고, 이동 및 유지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실제 전장에서 활용도는.

우크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전력이 우세한 러시아는 1년 전 특별군사작전, 서방에서는 침공으로 불리는 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러시아 병력은 84.5만명이었고 우크라는 14만명이었다. 러시아 탱크는 2500, 전투기 1389, 군함 171척인 반면 우크라는 탱크 1110, 전투기 221, 군함 17척으로 전력 차가 컸다. 러시아는 우크라 북남부 3개 축선에서 키이우까지 공략하려 했지만 1개월 만에 실패했고, 이후 동부지역에 전력을 집중해 6개월 후 돈바스지역(루한스크, 도네츠크)과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주 우크라 영토의 22%를 점령했다. 러시아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89~99%의 찬성을 획득했고, 지난해 930일 러시아와 합병을 선언했다. 하지만 우크라가 완강한 저항과 반격으로 20% 정도(우크라 주장 54%)를 탈환한 가운데 전선이 교착된 상황(러시아가 18% 점령)이다.

러시아는 돈바스지역에 전력을 집결하고 있으며 침공 1주년을 전후해 대규모 공세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야포, 전투차량, 대공무기, 고속로켓포병시스템(하이마스, HIMARS) 지원에 추가로 M1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대), 패트리엇 등 22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독일은 레오파드2 전차 14(중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향후 폴란드·스페인·포르투갈 등 재수출로 2개 대대가 예상된다. 프랑스는 방공무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서방의 주력 전차 지원은 우크라에 국민적 사기를 진작시키고 군에는 투지와 용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또 평화 파괴자 러시아에 대한 응징의 강도가 증가했다는 메시지도 주고 있다. 지원계획대로 증원시 러시아군의 총공세에 대응해 국지적인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 초기 공격을 흡수하고 국제사회의 추가지원 시 반격으로 실지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 종전에 유리한 입장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동과 훈련 관련해 3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1000여대의 전차를 운용해온 우크라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회원국의 장비 전용 후 보충 방법이나, 나토 회원국 파견 교육, 교관단정비부대 긴급 파견 등 적시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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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지내고 국방부 정책실장, 극동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한 권안도 합참 전 차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재 종식과 관련해 유엔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우크라 주변국 등에서 K-방산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산 무기수출과 관련해 전쟁을 장려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작년 폴란드 대규모 방산 수출을 계기로 K-방산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 같다. 지난해 7월 폴란드에 K-2 흑표전차(18조원) 1000대와 K-9 자주포(25조원) 672, FA-50 경공격기(3.8조원) 48기 등 46.8조원 상당의 수출 계약이 이뤄졌다. 이어 10월 천무 다연장로켓트(9.1조원) 288문 등 56조 규모의 방산장비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그 결과 기존 30억불 규모의 방산 수출이 202172.5억불, 2022년에 170억불로 급증하면서 얻게 된 자랑스런 타이틀이라고 생각된다. 한국군의 전력증강(합참전략본부)과 방위산업분야(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근무한 경험에 따르면 한국의 방위산업은 1970년대에 시작돼 한국군의 장비현대화(자주국방)에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한국군의 현대화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해외수출만이 한국의 방위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됐다. 휴전상태인 한국군의 입장에서 유사시에 대비한 방위산업의 지속성 유지는 필수적이다.

방산장비의 해외수출이 전쟁을 장려한다는 비판에 대하여 보는 시각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에서도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y Complex)라고 하는, 전쟁을 조장해 무기생산업체가 군과 함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 주변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전력이 열세한 국가는 전력증강, 동맹결성 이라는 대안을 택할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으로 러시아의 위협을 체감한 폴란드 입장에서는 조속하게 전쟁 예방(억제)을 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자위력 확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 대량의 현대 장비를 적시적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제시한 국가가 대한민국이었다는 점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K-방산의 활성화는 전쟁 장려가 아닌 전쟁 예방을 위한 억제력 구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K-방산은 국가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며 한국군의 전력증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국익창출의 핵심사업으로 인식돼야 한다.

-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무기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되나.

지난 202212월 발표된 스톡홀름평화연구소(SIPRI)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 8위의 무기수출국으로 평가된다. 최근 5년간(2017~2021)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을 보면 미국이 39%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는 러시아인데 미국의 1/2 수준인 19%2위를 달린다. 그다음은 프랑스(11%), 중국(4.6%), 독일(4.5%), 이탈리아(3.1%), 영국(2.9%), 한국(2.8%), 스페인(2.5%) 등 순위다. 그러나 2022년 방산수출이 급증해 전년 대비 2.3배인 170억불을 달성했다. 윤석열 정부가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육성한다는 정책 목표 아래 범정부차원의 방산수출 지원을 한 결과라고 본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정상 방문시 T-50 고등훈련기 60기 등 10조원 계약도 이뤄졌다. 이에 힘입어 세계 4대 수출국(Big-4)’를 향해 노력 중이며, 달성 가능하리라고 전망한다. K-방산의 강점은 삼성전자·현대 등 세계적 기업 참여하는 데서 오는 브랜드 가치가 있다. 또 한미 동맹에 의한 최첨단 수준과 북한 위협에 따른 실전성이 더해졌고, 완제품·공동개발·기술이전·노후장비 지원·정비지원 등 다양한 방산협력 패키지가 있다.

- 미국 등 서방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조달하고 있다면서 대북 규탄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이란은 러시아군에 드론과 군사장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북한도 탄약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군 점령지역 재건사업에 공병이나 근로자를 파병하는 계획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우크라 전쟁을 통해 영토를 임의 병합한 러시아에 대해 국제사회는 침공 이전부터 경고했고, 러시아의 야욕과 비인도적인 살상· 파괴를 비롯한 전쟁의 참혹상에 대해 한목소리로 규탄을 해왔다. 이러한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과 북한도 당연히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국제 평화와 지역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유엔 회원국으로써 대한민국도 당연히 규탄에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한반도에서도 핵·미사일 개발로 지역의 안정과 한반도의 안보에 위협을 더해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평화 파괴자의 행진에 동참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규탄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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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지내고 국방부 정책실장, 극동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한 권안도 합참 전 차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재 종식과 관련해 유엔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 북한의 무기 개발 수준이 미국 등 서방에 위협적이라고 보는가.

지난 8일 북한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 열병식에서 북한은 화성-17ICBM(신형 고체연료 ICBM 포함), 중장거리 미사일(MRBM) 화성-12, 전술핵 운용 무기(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ATACMS KN-24, 600초대형 방사포 KN-25 )를 공개했다. 심야 열병식으로 조명과 불꽃놀이 등을 이용한 대내외 선전 효과를 노린 가운데 국제사회에 대한 무력시위를 했다. 이는 대남 위협 및 압박으로 남북문제 주도권 장악하고 내부적 체제 강화 목적으로 추정된다. 위협은 능력과 의도, 과거의 경험으로 분석한다. 의도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으며(불가침 조약, 부다페스트 협약 등), 능력 면에서 볼 때 화성-17 ICBM은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으며 북한 주장대로 다탄두화가 완성되면 동시에 미국의 대도시 2~3개를 타격할 수 있다. 화성-12형은 괌과 일본에 배치돼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할 미군 전력을 타격 가능하다. 전술핵 운용 무기는 서울 불바다를 넘어 한반도 불바다를 초래할 수 있다.

즉 북한은 ICBM을 활용해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견제할 수 있으며(미 본토 인질화), 이를 무릅쓰고 미국이 증원 전력을 보내려 할 경우 중장거리 미사일로 타격해 방해할 수 있다.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과 한국군은 전술핵으로 타격할 수 있다고 능력을 과시하는 현실이다. 과거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식의 위협평가와 대응은 대북 비핵화 정책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실패의 교훈을 안겨줬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벌어준 셈이다.

전쟁의 원칙은 적대국의 위협은 절대로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되며 정확하게 평가해 대책을 수립해야 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위협의 현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확장억제방안, 한국형 3축체계 강화에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우크라 전쟁의 국면은 어떻게 될까.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하기 직전인 202224일 푸틴과 시진핑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NATO 확장을 중단하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대만 독립 반대지지 합의)했다. 중국은 우크라 침공에 대한 러시아 입장을 처음부터 지지했다. 우크라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곤경에 처하자 경제적 지원을 포함 군사장비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세계의 우크라 지원에 반발(대응)해 중국이 러시아의 총반격을 적극 지원할 경우, 동부지역 4개 주의 완전한 점령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겠으나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서방지원이 전투기나 미사일 등으로 크게 확대 돼 확전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 vs ‘··EU’의 충돌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지원은 경제 지원과 유류와 탄약 등 군수지원 등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우크라 전쟁을 속히 끝내기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먼저 우리 모두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그다음으로는 유엔의 중재로 협상을 개시해야 되리라 생각된다. 한국전쟁 시에도 휴전협상에 3년이 소요됐는데 인내심을 갖고 종전을 위한 협상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우크라는 199412월에 부다페스트 협약을 체결했는데 주 내용은 우크라의 모든 핵을 폐기하는 대신 우크라의 영토와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으로 미··러가 서명했다. ‘우크라가 무력사용에 의한 피해자가 되면 유엔안보리는 지체없는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됐다.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행사로 협약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으나 미국과 EU를 포함한 세계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들이 힘을 합해 러시아를 협상의 테이블로 불러와야 한다. 이를 위해 대러 경제제재 해제와 전쟁비용 과다 지출에 따른 선별적 경제지원 등 당근도 줄 필요가 있다. 우크라군이 실지를 조기에 회복할 수 있도록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며 러시아 합병지역에 대해 유엔 감시하에 주민투표를 재실시하는 방안 등 종전-전후복구-평화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약력>

- 前 합동참모본부 차장

-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 국방부 정책실장

- 예비역 육군중장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1년 #러시아 무기 #우크라이나 무기 #북한 무기 # 합동참모본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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