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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순환단전(로드셰딩). (출처: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력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최근 국가재난사태까지 선포하며 연말까지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질적인 전력 부족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유력 일간지 더시티즌에 따르면 국영전력공사 에스콤은 전날 순환단전(로드셰딩)을 4단계에서 6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감당해야 하는 정전 시간은 하루 최장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로 늘어났다.

에스콤은 고장 난 화력발전소가 많기 때문에 언제든지 단계를 추가로 상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에스콤과 현지 전문가 등에 따르면 전체 발전 용량 4만6천㎿ 안팎의 화력발전 시설 가운데 고장이나 유지보수를 위한 정비 등으로 전력 생산이 중단된 시설은 59%에 달한다.

에너지 전문가 클라이드 멀린슨은 "전체 화력발전 시설의 41% 정도만 가동 중"이라며 "시설 1∼2개만 더 고장 나도 최악의 전력 부족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콤의 전 시스템 운영 총괄 책임자인 로비 반 헤어든도 순환단전이 올겨울(6∼8월) 8단계까지 갈 수 있다며 앞으로도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로드셰딩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라마포사 대통령의 약속대로 올해 말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전소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며 "문제는 전력망이 아니라 발전소"라고 덧붙였다.

현지 컨설팅업체 인텔리덱스의 피터 아타드 몬탈토 역시 7월부터는 지속적인 7단계 순환단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남아공은 전체 전력 공급의 80%를 차지하는 화력발전 시설을 에스콤이 제때 정비하지 못하면서 15년 넘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에스콤은 전면적인 '블랙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지역별로 시간대를 나눠 단전하는 방식으로 부하를 조정하는 순환단전(1∼8단계)을 시행해 왔다.

지금까지 최고강도의 7∼8단계를 시행한 적은 없지만, 최근 1년간 상황은 더욱 나빠져 작년 10월 31일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순환단전이 이어지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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