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하 치명률 가장 낮아
독감 치명률 보다 약1000배↓
손잡이 소독에 방력인력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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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부분 해제된 첫날인 지난달 30일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3.01.30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교육부가 지난 10일 새 학기 학교 방역지침을 내린 가운데 현재 유행 상황에서 방역 대응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와 방역당국의 논의를 거친 방안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지 않았으면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이어 실내마스크까지 해제한 마당에 자가진단 앱과 발열 체크 사용은 무의미하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방역 인력을 최대 5만 8000명을 투입하면서 인력·혈세를 낭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새 학기 학교 방역지침은 증상 발현 시 자가진단 앱 사용과 확진자 발생 등 학교별 감염상황에 따라 발열 검사와 급식실 칸막이 설치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안은 방역 전문가 2명과 다수의 질병관리청(질병청)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쳐 마련한 안이다. 하지만 천지일보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발열체크와 자가진단 앱 사용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논의에 참석한 전문가 2명 중 대타로 참석한 1명은 교육부 주최로 발표한 내용을 수렴하는 자리였던 거라 “언급이 어렵다”고 했으며, 나머지 1명도 회의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합의된 내용이라 “더 이상 얘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질병청도 대변인을 통해 “앞으로는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하면서도 사회 각 분야의 완전하고 안정적인 일상회복을 위해 국민 개개인의 자율적인 방역수칙 실천과 생활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방침도 이와 같은 기조로 결정된 사항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만 답했다.

여기서 학생들은 고위험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전체 연령대 중 19세 이하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치명률이 가장 낮다.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전체 19세 이하 확진자 687만 5185명 중 사망자는 37명으로 치명률은 0.0000053%에 그친다. 세계보건기구 인플루엔자(독감) 추정 치명률(0.03∼0.07%)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즉 19세 이하 연령대는 독감이 코로나19보다 치명률이 약 1000배 높은 셈이다. 현재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다중이용시설인 카페·식당 등뿐 아니라 고위험시설인 노인 복지시설조차 발열 검사나 자가진단 앱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아울러 앞서 유행을 주도했던 초기 우한 코로나→알파 변이→델타 변이보다 현재 우세종인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치명률이 더 낮은 것을 감안하면 학생들에 대한 코로나19 위험성은 더 떨어진다.

게다가 문제는 새 학기 학교 방역지침은 개개인의 자율적인 방역수칙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행 상황에 따라 학교장에 권한에 맡겨져 의무적으로 발열 검사와 칸막이 설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학교에 방역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과 함께 정확한 기준이 없어 학교마다 방역 조치가 달라져 다른 학교의 눈치 볼 우려가 나온다.

발열 증상 시 자가진단 앱 사용도 문제다. 코로나19뿐 아니라 감기나 다른 바이러스로 증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유행상황에서 불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발열체크와 자가진단 앱 사용은 현재 유행 상황에서 무의미하다”며 “코로나에 걸려 발열이 날 정도면 자신이 잘 안다. 거리두기도 없어졌고 실내에서 마스크도 안 쓰는데,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받는 그런 독감 기준에 맞춘 지침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학생들은 이미 거의 다 한 번 감염돼 사실 코로나에 걸려도 거의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대 감염예방학과 교수도 자가진단 앱과 발열 검사에 대해 “여러 가지 방역 정책들은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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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방역 인력을 채용하는 공고문. (제공: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3.02.19

학교마다 최대 5만 8000명을 방역 인력을 배치하는 것도 예산·인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등에선 학교마다 방역 인력을 2명에서 최대 6명까지 투입한다. 기간은 3월부터 5월 말일까지 3개월간이며, 시간은 최대 하루 5시간씩 주 5회다. 현재 학교마다 공고를 통해 모집 중이며 이들은 시급 1만 2000원가량 보수를 받는다.

이에 온라인 블로그, 카페 등에선 ‘꿀 알바’라며 이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3년간 학교에선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열 검사와 급식실, 문손잡이 등 시설 소독하는 일이었지만 새 학기 방역지침에 발열 검사와 급식실 칸막이가 사라지면서 문손잡이 등만 소독하면 된다.

오는 5월 초 팬데믹 종료를 앞둔 시점에 5월 말까지 손잡이만 소독하는 데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5월 11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더 이상 펜데믹이 아닌 독감과 같은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7일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해제 선언, 국내 유행 상황, 대응 역량 등을 종합 고려해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국내 위기 단계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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