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민부담 완화책 논의
‘요금 동결’ 관련 언급 없어
공공기관 적자만 수십조원
“요금 틀어막기로 해결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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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15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올해 2분기에 전기 및 가스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는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면서도 ‘요금 동결’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요금을 동결함에 따라 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를 수십조원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현 정부가 ‘원가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2분기에 요금 인상 폭이 크지 않아도 이후에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물가와 민생경제 상황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선 전기요금 및 가스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논의됐다. 다만 ‘요금 동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는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의 정책기조가 달라진데 따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앞선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식 ‘요금 억누르기’를 비판해왔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공공요금 동결로 막으면서 공기업들의 적자를 키웠고, 부채가 현재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적자는 30조원,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9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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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성북구 한 대중목욕탕에서 업주가 올해 1월과 지난해 1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여주고 있다. 업주는 비싸진 가스비에 놀라 작년 1월 고지서를 다시 찾아봤다며 요금이 폭탄 수준이라고 말했다. 2023.2.14 (출처: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인상폭’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전기요금의 경우 2분기 인상액은 1분기보다 낮아질 수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 1분기 ㎾h당 13.1원 올랐다. 이는 전분기보다 9.5% 늘어난 액수고, 지난해 연간 인상액(㎾h당 19.3원)의 68%다.

1분기에 동결됐던 가스요금도 2분기에는 오를 전망이다. 다만 ‘난방비 대란’을 두고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라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1월에는 지난해보다 각각 38.4%, 37.8% 오른 도시가스요금과 열 요금 고지서가 가정으로 배송됐고, 2월부터는 전기요금까지 오를 예정이다.

일각에선 2분기 공공요금 인상 폭이 크지 않아도 이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정부가 원가주의 요금 현실화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원가주의란 취득원가에 따라 서비스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현 정부 임기 종료인 오는 2026년까지 한전과 가스공사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고 미수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산업부와 한전 등이 국회 제출한 적자 해소안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올해 ㎾h당 51.6원, 가스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씩 올려야 적자 해소가 가능하다. 

즉 적자 해소를 위해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2분기에 충분히 올리지 못할 경우 3분기나 4분기에는 인상 폭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는) 무엇보다 원가주의에 입각한 요금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단순히 요금을 틀어막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현 상황을 개선해 갈 수 없다. 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전·가스공사의 적자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계속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금융시장 왜곡의 여지가 더욱 커진다”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에 에너지 절약이 필수인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 동결은 자칫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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