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보조금에 불충분한 인프라로 유독 보급률 낮아…"시기상조" 강력 반발

image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출처: 연합뉴스)

전기차 보급률이 낮은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규제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14일(현지시간) 2035년부터 EU에서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승인에 따라 EU는 향후 단계적으로 친환경차로 전환을 추진한다.

먼저 2030년까지 새로 나오는 승용차와 승합차의 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각각 55%, 50% 줄여야 한다. 2035년에는 탄소 배출이 없는 신차만 출시할 수 있다.

유럽의회의 결정으로 2035년부터 신차 시장은 모두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된다.

EU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아돌포 우르소 비즈니스 및 이탈리아산 담당 장관은 "시기와 방식 모두 위험하다"며 "EU가 정한 시기와 절차는 이탈리아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난 전기차의 열렬한 지지자지만 야심 찬 목표를 이루려면 서류가 아니라 현실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 변화와 싸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자동차 산업에 적응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미친 결정"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EU의 이번 규제 법안이 중국 자동차 기업에만 도움이 되고 유럽과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에는 피해를 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EU에서 독일, 프랑스에 이은 3위 경제 대국이지만 다른 EU 회원국들과 비교해 전기차 판매가 유독 저조한 편이다.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탈리아에서 판매된 전기차 신차는 전체 신차 판매의 2.5%에 불과했다.

전기차 비중이 압도적인 노르웨이(85%)는 물론 스웨덴(29%), 오스트리아(21%), 스위스(18%), 독일(13%), 영국(10%), 스페인(5.9%)과 비교해도 격차가 상당히 크다.

EU 회원국 가운데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2021년과 비교해 줄어든 국가는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국민들이 전기차를 사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가장 먼저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적다는 점을 꼽는다.

이탈리아에서 전기차 보조금은 3천유로(약 414만원)로 EU 평균인 9천유로(약 1천242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태여 많은 돈을 지불하고 값비싼 전기차를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탈리아 정부 입장에선 전기차 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고, 관련 산업의 전기차 전환이 더딘 상황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로마=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