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70% 보증보험 못들어
전세가율 기준 강화된 영향
전셋값 낮춰도 대출 필요해
‘급매 속출’로 ‘경착륙’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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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단지. ⓒ천지일보DB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발표한 대책이 전세시장의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전세금반환보증보험(보증보험)의 가입 가능 전세가율 기준을 높이는 과정에서 전셋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빌라왕 사태’ 등으로 전세사기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보증보험은 전세 계약의 필수가 됐다. 정부는 지난 2일 보증보험 가입 가능 전세가율 기준을 100%에서 90%로 낮췄는데 이에 따라 수도권 전세 빌라 중 71%는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따라서 전세가율이 90% 이상이었던 주택의 집주인들이 갭투자를 했을 경우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선 추가 대출이 필수적이다. 만약 대출이 불가할 경우 주택을 팔아야 할 수 있다.

◆수도권 빌라 70%, 보증보험 못 든다

16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만기 예정 빌라 전세 계약 중 기존 수준 전세금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주택은 71%에 달한다. 집토스는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국토교통부 연립·다세대 전월세 실거래가와 주택 공시가격을 비교 분석했다.

주택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세가율이 90%를 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오는 5월부터 보증보험의 가입요건인 전세가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춘다.

집토스는 “오는 3월 발표예정인 주택 공시가격이 두 자릿수로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공시가격이 지금보다 10% 하락할 경우 이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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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계약 만기 전세 빌라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 분석. (출처: 집토스) ⓒ천지일보 2023.02.16

지역별로는 서울 68%, 경기도 74%, 인천 89%의 만기 예정 빌라 전세계약이 기존 전세금으로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이 불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에서는 강서구(90%)의 가입 불가 비율이 가장 높았고, 금천구(87%), 영등포구(84%), 관악구(82%)가 뒤를 이었다. 인천에서는 남동구와 계양구(94%), 서구(90%)에서 가입 불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세가율이 낮아짐에 따라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주택 수가 줄어들 게 된다. 국토부는  빌라왕 김씨가 소유했던 주택의 평균 전세가율이 98%라며, 전세가율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전세사기꾼들의 무자본 갭투자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가 하락 넘어 혼란까지도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강화되면서 전세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세가율 기준이 낮아짐에 따라 추수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전셋값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사기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현재 보증보험은 전세 계약의 필수가 됐다.

전세가율 기준이 낮아진 여파는 이뿐만이 아니다.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낮춰도 계약 만기 시 추가 대출이 필요하다. 새 세입자를 구해도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또 최근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출마저도 녹록치 않을 경우 집을 급매로 팔아야 할 수 있다. 갭투자를 한 집주인의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 가능 전세가율 기준이 10%나 낮아지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HUG의 파산을 막기 위해 가입기준을 높이는 과정에서 전세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팀장은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게 상식이 된 이상 가입 가능 전세가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전세시장 ‘경착륙’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정부가 HUG를 지키기 위해 대책을 발표했지만 미리 예고하지도 않았다”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집주인들이 전세가율을 낮출 경우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효력은 클 수 있다. 다만 갭투자를 했던 집주인들은 대출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급매가 속출할 경우 전세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부동산 #전세  #경착륙 #보증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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