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우회로로 북미 진출
향후 경쟁 더욱 치열해질 듯
IRA 세액공제 여부 지켜봐야
“정부, 전략 방향 수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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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포드자동차 연구개발센터에서 F-150 픽업트럭 전기차를 시운전하며 언론 취재에 응하고 있다. 2021.05.19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K배터리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북미 시장에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가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북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배터리 업체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대중(對中) 규제로 중국 배터리 업체의 북미 시장 진출이 막혀 국내 배터리사의 반사이익이 예상됐지만, 중국 업체가 우회로로 북미 시장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15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포드는 CATL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뒤 디트로이트에서 160㎞ 떨어진 미시간주 마셜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포드의 투자 규모는 35억 달러(4조 5000억원)다.

이번 포드와 CATL의 미시간 공장은 포드가 지분 100%를 갖는 형태로, CATL은 기술을 지원하는 식으로 공장 운영에만 참여한다. 이는 일반적인 합작법인과 다른데, 포드와 CATL이 IRA의 법 테두리를 벗어나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RA에는 해외 우려 기업이 만든 배터리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됐지만, 포드의 미시간 공장은 CATL이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IRA의 혜택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CATL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3을 점유하는 1위 업체다.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에 모두 13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북미 시장 선점에 나섰던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향후 중국 업체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BEV·PHEV·HEV)차의 배터리 총사용량은 517.9기가와트시(GWh)로 2021년보다 71.8% 증가했다. 2020년 3분기부터 시장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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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선아 기자] 2021∼2022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자료: SNE리서치) ⓒ천지일보 2023.02.08

CATL의 지난해 배터리 총사용량은 191.6GWh로 2021년 대비 92.5%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4%포인트(p) 오른 37%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작년 배터리 총사용량은 122.5GWh로 2021년(91.2GWh) 대비 34.3% 늘었다. 다만 시장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2022년 23.7%로 6.5%p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59.4GWh에서 70.4GWh로 18.5%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19.7%에서 13.6%로 6.1%p 감소했다. 연간 기준 점유율 2위는 유지했다.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시장점유율 5위와 6위를 기록했지만, 점유율은 SK온이 5.7%에서 5.4%로, 삼성SDI가 4.8%에서 4.7%로 소폭 줄었다. 같은 기간 SK온과 삼성SDI의 사용량은 각각 61.1%, 68.5% 늘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포드와 CATL의 합작사는 올 게 온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이 더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이어 “이번이 첫 물꼬가 트인 것이고 이제 중국의 다른 배터리 제조사 등도 CATL의 전례에 따라서 진출할 수도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배터리 업체 간 경쟁으로 미국 전기차 제작사들의 지배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전략적인 방향 자체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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