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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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이전의 인공지능 표방의 프로그램과 달리 한 차원 높은 글쓰기와 정답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자료는 풍부하고 객관적이며 이를 정확한 문법과 문장 구성을 통해 제시하기 때문이다. 과제나 시험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유효할 수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대화형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러한 점은 검색을 중심으로 아성을 이뤄왔다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에는 매우 중요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검색 플랫폼에서는 키워드에 따라서 자료를 보여줄 뿐이고, 취사 선택은 오로지 이용자가 해야 했다. 자료를 접한 이용자가 그것을 활용해 다시 특정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챗GPT는 이러한 특정 결과물까지도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질문 하나에 뚝딱 만들어내는 셈이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챗GPT는 비윤리적일 수 있으며, 선악을 판별하지 못한다. 개발자 조차도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인간이 감성과 이성을 가졌지만 이점을 갖지 못했다. 언제나 이러한 점은 인공지능을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이 항상 지적받아온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 이면에는 단지 챗GPT 자체가 데이터를 패턴화하는 것이 현실의 모순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도사리고 있다. 

챗GPT에게 독도를 물어보면 매우 멋진 답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문법이나 문장 구성, 논지가 일목요연하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인 처지에서 동의할 수가 없는 대답도 있다.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적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해가 먼저 나온다. 그리고 일본이 영토를 주장하는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못 박는다. 한국인에게 이런 표현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해는 생각도 하지 않고 영토 분쟁지역이 아니라 한국 영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것을 불균등한 인터넷 정보 데이터를 챗GPT이 패턴화해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터넷에서 목소리 큰 자가 이기는 현상을 그대로 채팅 GPT가 답습한다. 일본해나 일본 영토로 표현한 정보가 매우 많이 노출될수록 챗GPT은 이를 패턴화해서 질문자에게 정보제공을 한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수자, 약자, 열세인 존재들에 대한 정보는 덜 반영되고 그 반대에 있는 존재들의 입지를 대변하는 이들에게는 불리한 정보들이 챗GPT를 통해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은 단지 비윤리적이거나 범죄적인 대답보다 더 은밀하게 치명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진행될 수 있게 됐을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개념이 전압 강하 현상이다. 시카고 대학의 존 리스트(John A. List)는 ‘전압 효과(Voltage effect)’라는 책에서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전압 강하(Voltage drop) 현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유망했던 아이디어가 더 크게 확장을 했을 때 실패하고 유망하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규모 확장에 실패해서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전압 강하(Voltage drop)라고 한다. 이런 현상에는 너무 지나친 긍정의 오류와 과대 심리 등이 영향을 미친다. 이는 면밀한 현실 파악을 못 하거나 심지어 그동안 작은 성공의 비결도 인식하지 못할 때 벌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을 내세우는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상황에 있지 않은가 따져야 한다. 인공지능은 바둑이나 체스 같이 경우의 수를 패턴화하는 경우 잘 반영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작품이나 콘텐츠의 패턴을 파악해 표현할 수 있다. 글쓰기도 스트레이트 기사나 팩트에 기반한 경우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의 흔하지 않은 경험이나 내밀한 상처 그리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할 수 없다. 

챗GPT의 기능은 그것이 잘 발휘되는 전압 효과(Voltage effect)의 범주 안에서 스스로 잘 기능하게 놓아두는 것이 적절한 해법이다. 무분별한 확장은 기존에 있던 장점도 무너뜨린다. 딥러닝 방식에서 시작한 인공지능의 새로운 기여는 분명 인정을 해줘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인간의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만든 데이터들의 적절성과 올바름이다. 그것에 대한 불균형성을 바로잡지 않으면 역시 인공지능도 없다. 현실에는 강대국과 약소국, 그리고 피지배력과 지배력이 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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