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희 세종시장이 2일 지난달 25일 브리핑 가운데 기자들에게 화를 내며 언성을 높인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이춘희 세종시장의 최근 언행이 시민과 언론인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초심을 잃고 세종시민과 기자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그의 위태로운 모습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과 이해찬 의원의 내년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세종시 인구의 약 1/3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세종시닷컴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기사에 담긴 내용은 지난달 25일 이춘희 세종시장의 브리핑에 참석한 50여명의 기자들이 모두 목격한 것이다.

최근 세종지역 인터넷신문 ‘금이성’에 보도된 취재수첩을 보면 “일정요건을 갖춘 16개 언론사의 기자들에게만 공공시설인 기자실을 독점케 하는 건 그렇지 못한 언론은 말살하겠다는 뜻이며 5공 때 언론정화 작업과 같은 억지가 개입돼 있다. 이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의 기사를 작성해 공표하는 SNS시대임을 간과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충고하고 싶다. 독선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친다. 세종시는 현재 18만 5000명의 시민 것이며,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고 미래에는 7500만 통일한국의 것이 되어야 하고 재외동포들까지 합쳐서 8300만 한민족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세종시청 기자실. 대부분 자리가 텅텅 비어있는데도 16개 회원사 이외의 언론사 기자가 들어갔을 때 나가라고 쫓아냈다. 아직도 16개 회원사는 이곳에 팻말을 붙이고 자신만의 자리에 다른 기자가 앉지 못하게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최근 SNS타임즈는 “한 정치인은 기자실을 찾은 기자에게 자칭 기자단 간사와 부 간사가 ‘나가달라’고 한 행태와 취임 1년 회견장에서 이 시장이 한 기자에게 ‘나가달라’고 한 행위가 어쩌면 궤도를 같이한 형태 같다고 지적했다. 세종시가 ‘언론정화’의 명분으로 출입기자 가이드라인, 기자실 독점운영 등에 대해 공분이 일면서 출입기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기자들은 졸지에 전과자, 사이비기자로 내 몰렸다. 시의 정확한 입장을 듣고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들은 시에서 특정 단체에게 기자실을 만들어 운영권을 주고 갈등과 반목, 적대감을 조성하고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언론정책을 펴고 있다고 격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세종시에서 인정해준 16개 회원사가 같은 내용의 ‘세종시 출입 기자단 언론사 정화 후속조치 잰걸음’ ‘공갈·벌금형 사이비기자도 버젓이…’ ‘혼탁 세종시 언론계 어째?’라는 제목의 기사를 노출한 사실이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춘희 시장은 이해찬 의원과 함께 노란색 점퍼를 입고 조치원 칼바람 속에 허리 굽혀 시민과 기자들에게 악수를 청하던 그때를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 이해찬 국회의원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2012년 3월 꽃샘 추위 속 조치원 칼바람을 맞으며 노란점퍼를 입고 선거유세를 하는 모습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외에도 현대경제는 “세종시 이춘희시장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책임지려하는가? 살아 있는 입을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저널리즘의 복원을 위해선 좋은 기사가 높게 평가받고 나쁜 기사는 퇴출되어야 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작은 언론사를 말살하려는 정책은 옳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정신을 이어받고 문재인 대표와 이해찬 의원의 기조를 따라 성실하게 세종시정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이춘희 시장은 요즘 거꾸로 가고 있어 ‘노명박(겉만 노무현, 속은 이명박)’이란 별명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겉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민주적인 의식과 입장을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다는 뜻으로 알려졌다. 소통을 위해 기자들과 자주 만나지만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달 25일 브리핑 가운데 화를 내며 기자들에게 나가라고 소리치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춘희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전 시대의 구습으로 대변인을 통해 언론 길들이기와 언론사 차별과 탄압, 기자실 부활뿐 아니라, 최근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취재하러온 기자들에게 “브리핑실에서 나가세요”라고 화를 내며 호통을 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과연 그 모습이 지자체장으로서 인격과 자질을 갖춘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목격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16개 회원사에 속하지 않은 모 기자가 기자실에 들어오자 회원사 측에서 “나가라”며 쫓아내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 시끄럽기도 했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시청의 일부를 시에서 그들에게 허락했으니 마치 전세라도 낸 듯한 자세로 대한 것이 자명한데도 시장과 대변인은 “기자들 간의 문제를 왜 시에서 관여하겠냐”며 시치미를 떼고 있다.

세종시민 김모(43, 한솔동)씨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더니 과거 민주당으로부터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피나는 희생과 노력을 해온 수많은 민주 인사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박모(56, 조치원읍)씨는 “이춘희 세종시장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행정 중심, 명품 도시의 위상을 퇴색시키고, 문재인 대표와 이해찬 의원의 내년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혀를 찼다.

▲ 2일 세종시청 5층 집현전실에서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춘희 시장은 ‘성과 전시용 행정’으로 비난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다. 이춘희 시장의 대표적인 공약 가운데 ‘청춘조치원프로젝트’ 성과를 보도자료와 공청회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원도심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너무 살기 힘들다”는 가슴 아픈 메아리다. 최근 열린 도시재생전략 공청회에서 시 관계자는 예산 문제와 진행 상황에 대한 시민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또 교통민원 해결 미흡 등의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 시장도 브리핑을 통해 “자신은 성격이 급한데 예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책상과 현장 사이 거리를 좁히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이미 이 말 한마디가 현장행정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이춘희 세종시장은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앞으로도 시민과 기자들을 또다시 분노하게 한다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충청탑뉴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모 일보의 K모(세종시 조치원, 50)기자는 ‘지난 5월 초 시에서 솔솔 흘러나온 세종시청사 출입기자 논의는 기자실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춘희 지방정부가 논의해 그 대립이 시작됐다. 이춘희 지방정부 측은 세종신청사의 기자실 대립에 대해서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기자들의 대립을 만든 것은 언론이 아니라 이춘희 지방정부가 내년 총선을 대비해 몸이 달아 조속히 자기만의 기자단을 만들려는 ‘밀실’에서 벌어진 장난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세종시청 기자실. 대부분 자리가 텅텅 비어있는데도 16개 회원사 이외의 언론사 기자가 들어갔을 때 나가라고 쫓아냈다. 아직도 16개 회원사는 이곳에 팻말을 붙이고 자신만의 자리에 다른 기자가 앉지 못하게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춘희 시장은 2일 브리핑에서 지난달 25일 취임 1주년 브리핑 시 언성을 높인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하며 ‘반성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기자실 언론사 팻말 부착 예정 등 운영엔 변화가 없고 이 부분에 시가 관여한 부분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진정성 있는 반성이 아니라는 게 최근의 흐름을 지켜본 이들의 중론이다.

또 최근 세종시청 기자실 운영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공교롭게도 J일보 전 김모 세종본부장이 지난 6월 30일자로 돌연 면직됐다.

김모 본부장은 본지 기자에게 월요소통마당 제도를 만든 이유에 대해 대전‧충남권에 본사를 두고 세종시를 출입하는 기자들을 오지 못하게 하려고 목요정례브리핑 외에 월요소통마당을 하게 된다면서 대변인과 자신의 미팅을 통해 이 같은 이야기가 오고 갔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같은 말을 남긴 김모 본부장은 퇴직으로 기자실을 떠났지만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은 본지 기자를 비롯해 현재 세종시청을 출입하고 있다.

한 기자가 타 언론사의 기자의 취재와 출입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세종시는 그 기자에게 실권을 부여했는지 세종시에 묻는다. 그리고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합당한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 시와 대변인은 확실히 해명을 해야 한다.

아울러 해명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명품 세종시 민주시정에 걸맞게 해당 사항에 대해 반드시 시정해야 할 것이다. 이춘희 시장의 말대로 세종대왕의 정신을 이어받아 실천하려면 신청사 방 이름만 세종대왕을 연상시키는 명칭으로 할 것이 아니다. 최근 이춘희 시장의 기자실 운영 관련 행태는 세종대왕의 애민평등사상에 위배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 세종시 대변인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