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소설가 신경숙(52)씨가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에서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소설가 이응준(45)씨는 지난 16일 신씨의 소설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신씨는 23일 보도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장을 대조해 보면서 이응준씨가 느닷없이 왜 이랬는지 의문을 안 갖기로 했다. 대조해 보는 순간 나도 믿을 수가 없었다”며 “‘우국’은 아무리 기억을 뒤적여 봐도 안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신씨는 현재 경기도의 한 수도원에 머물고 있다. 그는 ‘전설’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오래전부터 전쟁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읽히는 소설을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쓴 작품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자식(소설)은 태어나면서부터 멀리 가서 제 역할을 다 하는데 ‘전설’은 태어나면서 나한테 비수를 들이대더니 21년이 지나 나를 찔렀다”며 “이제 내 품으로 돌아오라고 해서 가슴에 묻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출판사와 상의해서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고 말했다. 문학상 심사위원 등도 내려놓을 계획이다.

신씨는 일부에서 절필 권유도 있다는 말에 “이런 비난을 받고 자꾸 자기검열을 하면서 ‘앞으로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절필은 못 할 것 같다”며 “내 땅이 문학이기 때문에 땅에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한 편의 비판글이 나오면 그걸 읽는 대신 내 책상으로 돌아가서 한 편의 소설을 더 썼다”며 “‘나는 작가다. 작품으로 말하겠다’라고 대응하는 것보다 작품을 쓰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밖에 나가지 않고 내 책상으로 돌아가겠다”며 “지난 30년 동안 장편소설 7편, 중·단편 48편(200자 원고지 2만장 분량)을 썼다. 같은 소설을 읽고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때, 서로 다른 소설을 읽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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