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옛날에 나라의 곡물 창고를 지키는 관리가 있었다. 그가 변소를 갔는데 마침 인분을 훔쳐 먹고 있던 쥐가 사람의 인기척에 놀라 부리나케 도망을 쳤다. 관리는 그런 광경을 수차례 목격을 했다. 또 그는 곡물 창고에도 재고 점검을 위해 수시로 출입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도 쥐는 끓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창고에서 곡물을 훔쳐 먹는 쥐는 달랐다. 사람의 인기척에 도망치기는커녕 태연하게 제 할 일만 하고 있는 모습이 여유롭게 보이기까지 했다.

관리는 사람의 기척에 놀라 재빨리 도망치는 꾀죄죄한 인분을 먹는 쥐와 털빛에 윤기마저 번들거리는 곡물 창고의 여유 있는 쥐와의 차이를 생각해 보았다. 똑같은 쥐라도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간의 사회에도 도둑은 있기 마련이다. 작은 도둑 큰 도둑. 작은 도둑은 대체로 잡범을 말하지만 큰 도둑은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훔치는 자를 말한다. 회사의 주식 불법양도, 재산 변칙증여, 뇌물수수 등 큰 도둑들의 범죄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들의 범죄를 작은 도둑은 감히 흉내 낼 수도 없다. 쥐뿔도 가진 게 없으니까.

큰 도둑들은 법의 심판 앞에서도 별로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행동이 여유롭게 보인다. 그들의 뒤에는 결탁된 권력이 버티고 있거나 수임료가 엄청나게 비싼 쟁쟁한 변호사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법에는 상하가 없고 귀천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국가를 이끌어 가는 위정자들이 법을 평등하게 집행하지 않으면 국민은 신뢰하지 않는다.

어느 최고 권력자가 퇴임을 하고 비리에 연루되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의 범죄가 겨우 드러난 것만 해도 구십억 원에 가까운 액수였다. 이 나라 서민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이었다. 그 권력자를 지지하는 편에서는 윗대의 몇몇 전직 최고 권력자들이 저지른 비리에 비하면 시쳇말로 ‘새 발의 피’라고 항변했다. 물론 그 권력자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권력자가 재임 기간 동안 성과를 내세운 업적도 상당부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작은 도둑에게는 단호한 이 나라 국법이 서민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큰 도둑이 저지른 범죄를 물타기식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쥐를 보고도 방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변소에서 인분을 훔쳐 먹는 쥐든 창고에서 곡물을 훔쳐 먹는 쥐든 모조리 가차 없이 잡아야 한다.

그것은 위정자들이 치(治)에 대한 결백성이 완벽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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