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힝야족 여성들과 어린 아이들이 인도네시아 아체주(州) 바예운에 있는 임시수용소에서 음식을 배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미얀마의 이슬람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 문제를 두고 국제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바다를 떠도는 ‘보트피플’로 잇달아 발견되는 것은 물론, 인신매매 등 인권유린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교국가 미얀마가 이슬람교인 로힝야족을 받아들일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미얀마는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법 체류자’로 취급하면서 자국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변 이슬람국가에서 미얀마 불교계에 대한 집단적인 비난 움직임도 일고 있어 불교와 이슬람간 종교문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힝야족 문제는 지난 2012년 불교도와 로힝야족 간의 대규모 유혈충돌 사태로 그 심각성이 부각됐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후 3년간 미얀마를 떠난 로힝야족이 10만명에 이른다. 폭력과 억압을 이기지 못해 주변 이슬람국가들로 불법 이주를 시도하는 것이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내 약 11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얀마 당국은 이들을 정식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우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로힝야족으로 가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미얀마인 수백명이 양곤에서 이와 관련해 시위를 벌였다. 자국 해안에 도착한 보트피플은 로힝야족 무슬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날 시위는 30명의 과격파 승려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주변 이슬람국의 교도들도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같은 날 200여명의 이슬람교도가 미얀마대사관 앞에 모여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처우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불교계가 로힝야족을 탄압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로힝야족을 돕기 위한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8일자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수천명이 바다 위에서 떠돌고 있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낀다”며 “수치 여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는 수치 여사는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도 국제사회와 함께 로힝야족 문제 해결에 미얀마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앤 리처드 난민·이주 담당 미 국무부 차관보는 자카르타에서 “미얀마는 로힝야족을 시민으로 대우해줘야 한다”면서 “신분증과 여권을 발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1일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 워싱턴에서 동남아시아 젊은 리더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미얀마가 민주주의 국가로 가려면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대우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말레이시아와 태국 국경지역에서는 인신매매 조직에 붙잡혀 감금됐던 로힝야족 난민 36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태국 경찰은 정치인과 공무원 등 50명을 인신매매 관련 혐의로 체포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