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혜초스님, 대한불교천태종 종정 도용스님, 진각종 총인 성초스님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다가오는 25일 부처님오신날을 위해 종교계가 봉축법어를 발표했다. 먼저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은 올해 법어를 통해 이웃을 보듬는 마음을 강조했다.

진제스님은 “나를 위해 등(燈)을 밝히는 이는 어둠에 갇히고, 남을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부처님과 보살님께 등을 올리는 것”이라며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등, 이웃의 아픔을 같이하는 등, 유주무주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등을 밝혀 다 같이 부처님 오시는 길을 아름다운 등으로 장엄하자”고 법어를 내렸다.

이어 “마음을 찾으라 하나 한 순간도 잃어버린 적이 없어 항상 쓰고 살고 있거늘, 어느 곳에서 이 마음을 찾겠는가” 라며 불자들이 참된 자신을 찾아 부처님이 오신 뜻을 되새길 것을 당부했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혜초스님은 중생사회를 밝히는 주인공이 되자는 법어를 발표했다.

스님은 “우리 모두 부처님 마음이 아님 없음을 인지하고, 항상 만나 이웃들과 진솔한 마음으로 살아 있는 부처님 대하듯 하면, 그곳이 바로 부처님 세계이며 정토세상의 실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생사회를 밝히는 주인공이 되고, 화쟁(和爭)의 마음길을 열어 인류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다. 대한불교 천태종 종정 도용스님은 “세상이 고해이기에 부처님의 오심은 더욱 빛난다”며 “탐욕과 성냄으로 얼룩진 사바의 오늘에서 나를 내려놓고 남을 위한 불공과 기도를 해야 한다”고 법어를 내렸다.

남을 위한 마음과 자비가 원수를 없이 할 수 있고, 모든 생명이 서로서로 연결돼 존재하니 남의 불행을 함께 위로하고 나의 행복을 나누자고 스님은 강조했다. 진각종 총인 성초스님은 부처님의 이타자리(남을 이롭게 하여 나를 이롭게 한다)의 실천에 참여하자고 말했다.

올해 법어에서 성초스님은 “이 땅에는 여전히 아상(자기의 처지를 자랑하여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물결쳐서 내 것 네 것 분별해 다툼이 쉬지 않고 옳고 그름 시비가 멈추지 못한다”며 “부처님의 이타자리의 실천에 참여하자”고 설파했다. 이어 “귀천이 세상살이에 걸림이 없고 빈부가 상생하여 공존할 수 있도록, 밀엄국토의 세상을 만들도록 정진하자”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봉축 메시지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걷어내고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자승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간화선 무차대회에서 발표한 공존(共存), 상생(相 生), 합심(合心)의 불교 통일선언을 강조하며 “남북이 서로 대립하고 살아온 70년의 세월은 너무나 큰 아픔이다. 이제 우리는 이 아픔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네팔 지진 및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을 언급하며 불자들이 더욱 생명의 가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은 바른 마음과 바른 노력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라는 축복의 순간을 열어주신 날이라고 강조한 뒤 “이제 세계는 남북이 따로 없고 동서가 따로 없다. 나와 남이 따로 있지 않으며, 지구촌 모든 나라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항상 돌아보아야 함을 설파했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지도자들은 근엄함과 냉정함이나 권위와 분노보다는 자애롭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난 11일 경축메시지를 발표했다. 무엇보다 생명 존중의 사상을 중심으로, 더 이상 서로를 종이 아니라 형제자매로 대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의장인 장루이 토랑 추기경은 ‘현대의 노예살이에 함께 맞서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라는 제목으로 불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노예살이를 언급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발표한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영감을 받아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루이 토랑 추기경은 “노예살이가 전 세계적으로 공식 폐지되었지만 교황께서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빼앗기고 노예살이와 다름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짚었다.

인간의 마음이 부패와 무지로 변질되고 타락해 더 이상 다른 이들을 동일한 존엄성의 존재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물건처럼 취급하는 게 이 같은 악한 상황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추기경은 “불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자유를 존중한다”며 “재물을 모을 때도 부처님께서는 평화롭고 정직하며 정당한 수단으로, 강압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함을 가르치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 생명의 존중을 위해 노력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이 사회적 병폐를 척결하는 데 협력하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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