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오른쪽)과 파트너 다니엘라 샤트(왼쪽) 여사가 11일 방문한 이스라엘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과 부인 네차마 여사를 벨뷰 궁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독일-이스라엘 수교 50주년을 맞아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사흘간의 독일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1965년 이스라엘이 독일(옛 서독)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초대 주이스라엘 독일대사가 이스라엘에 도착했을 때, 그는 성난 군중 속에서 돌과 물병을 던지며 독일대사의 부임을 반대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나치가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던 참혹한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도, 두 나라가 이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부를 정도다.

리블린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독일에 도착해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을 만난 후, 베를린 그루네발트 역사의 17번 선로 기념물에 헌화하고 양국 합동 청년의회를 찾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 기념물은 유대인들이 나치 강제 집단수용소로 대거 추방될 때 이용된 곳으로 1998년 1월 기념물로 조성됐다.

독일 dpa 통신은 리블린 대통령의 12일 일정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을 만나 최근 출범한 이스라엘 새 정부의 향배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회복 이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dpa 통신은 50주년을 기념한 해설 기사를 통해 양국의 지난 50년 관계를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평가한 시먼 스테인 전 주독일 이스라엘 대사의 촌평을 소개했다.

이런 기적은 독일 지도부의 한결같은 반성의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같은 태도는 현재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200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신 이전의 모든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에 대한 독일의 특별한 역사적 책임을 의무로 여겼다면서 “나 역시 이런 특별한 역사적 책임을 명확하게 인정한다”고 국제사회 앞에서 독일의 잘못을 사과했다. 

올해 초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일을 앞둔 기념식 연설에서도 메르겔 총리는 “독일은 수백만 (유대인) 희생자에 대한 책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양국의 외교관계 수립은 당시 이스라엘 내에서 사회·정치세력의 강한 저항을 일으켰고, 당시 11개 중동국가가 독일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3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1985년 5월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나치 만행을 직시하자고 독일인들에게 주문하며 화해의 토대를 만들어 갔다.

하지만 양국간 관계가 모든 면에서 매끄러운 것은 아니다. 독일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자극하는 동예루살렘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부분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다.

또 베르텔스만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스라엘을 부정적으로 보는 독일인이 4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홀로코스트 만행이 여전히 독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가진 이들도 2/3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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