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세르게이 키슬라크 주미 러시아대사가 지난 7일(현지시간) 2차대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역사 수정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의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키슬라크 대사는 이날 오후 워싱턴 D.C 소재 주미 러시아대사관에서 열린 전승 70주년 기념행사 자리에서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오늘과 같은 자유를 구가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전쟁기간 한 주에 평균 1만 9000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큰 인명 희생을 겪은 러시아와 같은 국가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다시 쓰려는 수정주의 움직임이 있는데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슬라크 대사는 ‘역사 수정주의’ 움직임의 주체를 명확히 지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자국 침략전쟁에 대해 사과를 회피하면서 비난에 싸인 것을 고려하면 이를 향해 경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말하면서도 ‘식민지배’ ‘침략’ 등의 표현이나 분명한 사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주요 언론과 미국 정치인들 및 일본 야당으로부터 강한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이달 6일에는 세계적인 역사학자 187명이 성명을 내고 아베 정부를 향해 일본군이 강제로 위안부를 동원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외무성은 2012년에도 대변인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의 역사 수정주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외무성이 문제를 삼은 부분은 나치 전범을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에 대한 일부 유럽국가의 해석적 논란과 발틱국가 내 나치 찬양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편 지난해에는 영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가 아베 총리의 역사 수정주의를 비판한 바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당시 “과거 식민지 시대의 역사 인식을 수정함으로써 국제관계를 전진시킬 수 있다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신조는 일본을 후퇴시켰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아베 총리의 역사 수정주의가 중국·한국과의 관계를 저해하고 나아가 미국과의 관계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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