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임진왜란 당시 명장으로 두 사람을 뽑고 있다. 한 사람은 민족의 영웅 ‘이순신’이요, 다른 사람은 홍의장군 ‘곽재우’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홍의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의병장’ 정도로 생각하는 데 그친다. 이 책은 용감한 ‘의병장’ 곽재우를 넘어, 미리 앞을 내다본 ‘현자’ 곽재우를 조명했다.

‘현자 곽재우’의 삶을 소설형식으로 그려낸 이 책은 화려한 문장 수식이나 기법을 지양하고 바르고 소박했던 선비의 기개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데 힘을 실었다.

뼈대 있는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남다른 총명함을 지녔던 곽재우는 남명(南冥) 조식 선생의 제자가 되면서 그의 사상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다. 평소 절개와 의(義)를 강조하며 썩어 들어가는 조정을 등진 조식은 혜안을 통해 훗날 왜가 침략할 것을 예견하며, 곽재우에게 병학(兵學)을 가르친다.

곽재우가 보통의 무인들과 다른 점은, 바로 선비가 갖춰야할 의(義)·지(知)·덕(德)을 깨우쳤다는 점이다. 이순신과 곽재우가 동일한 점이기도 하다.

조식으로부터 의리와 절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물려받아 부패한 관리직에 나아가지 않았던 곽재우는 병학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조식도 이 점을 알고 곽재우를 한 시대를 풍미할 장군으로 길러냈다. 곽재우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서 불현듯 출현한 장군이 아니라, 철저하게 다듬어지고 만들어진 ‘준비’된 장군이었던 것이다.

곽재우는 스승의 말처럼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의병을 모으고 출사표를 던진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 의를 세우는 것은 이 땅에 살아가는 백성의 당연한 본분이다. 내 붉은 심장을 터뜨려 산천을 물들이고 내 피 끓는 영혼을 천지(天地)에 뿌려 하늘을 움직이리라!”

의병의 수가 점점 불어나자 이를 시기 질투하는 조정 간신들의 견제로 수차례 투옥되고 유배도 당했지만 그는 자신의 전 재산과 생명을 쏟아 가며 결국 나라를 지켜냈다.

곽재우는 하늘의 때보다는 지형을 중요시 여겼고, 지형보다는 사람의 마음 얻는 것을 귀히 여겼다. 철저하게 지형지물을 이용하니 몇 배에 해당하는 적병을 아무런 손실 없이 막아낼 수 있었고, 가장 위험한 전투에서는 자신이 앞장서서 싸웠다. 부귀와 명예를 버리고 모든 공은 부하들에게 돌렸으니 존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생생한 전투장면과 함께 곽재우의 사상과 철학을 듬뿍 뿜어낸다. 동시에 부패한 세상과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어서 평생을 은거했던 ‘선비’ 곽재우의 삶과 서러움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우리 내 속마음을 깊게 파고든다.

문학지성펴냄 / 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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