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전라남도 도청.
올해 소비된 막걸리만 2억 1000만 병…
막걸리 전문점까지 탄생

막걸리는 ‘막 걸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순우리말이다. 그런데 막 걸러서 만든 우리 토종 술이 이변을 일으켰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랑스산 포도주와의 경쟁에서 가볍게 승리한 것.

11년 만에 처음으로 수입량이 감소된 포도주와는 달리 지난달 19일 판매를 시작한 막걸리 누보의 열풍은 역대 최대치의 수출을 낳았다. 막걸리 수출량은 29.1%, 수출액은 30.3%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생산ㆍ출하ㆍ내수 등 모든 면에서도 다른 술을 압도했다.

소주, 맥주의 증가폭은 각각 -4.7%, 0.2%에서 그쳤으나 막걸리 내수량은 11만 4422ℓ에서 15만 8309ℓ로 38.4% 상승했다. 올해 1~10월까지 소비된 막걸리만 2억 1000만 병에 달한다.

이제는 고된 농사일을 끝내고 시원하게 목을 축이던 농주, 시골장터에서 서민들의 배부른 한 끼를 대신하던 탁주로 불리던 막걸리의 시대는 지났다. 등산을 마치고 파전으로 한 사발 걸치는 막걸리, 비오는 날 빈대떡 가게에서 세상 시름을 안주 삼아 마시던 막걸리가 그야말로 막걸리 전성시대를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막걸리 누보의 시작과 진화

지난달 5일 농림수산식품부는 막걸리의 고급화‧세계화를 추진하는 정책으로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햇포도주)’와 같은 프리미엄 막걸리 이른바 막걸리 누보를 출시하기로 했다.
이는 값싼 술로 인지돼 왔던 막걸리를 그에 걸맞은 용기, 잔 등의 디자인으로 고급화시키고 막걸리용 안주 등과 더불어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기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묵은 쌀 대신 햅쌀로 막걸리를 만들어 쌀 소비를 확대시킬 목적이었다.

이에 농림수산부는 올해 시범적으로 희망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햅쌀 막걸리를 제작하고, 상표에 정부가 만든 2009 햅쌀 막걸리 스티커를 붙여 관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막걸리 누보가 지난 11월 19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전국 유통매장에서 판매되기 시작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약 주문 판매량은 보졸레 누보보다 2~3배 많았고 판매량에서도 5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막걸 리의 화려한 부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순 막걸리에 녹차‧오렌지‧포도‧키위를 첨가한 막걸리 칵테일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홍익대학교 앞 카페에서 팔려나가고 실내 골프장에서는 캔 막걸리가 인기를 끌어 주문량이 모자랄 정도였다.

지난 15일에는 크리스마스 기념 막걸리 ‘1224’와 ‘1225’가 출시되기도 했다. 이제 대표적인 고급 술 와인을 넘어서기 시작한 막걸리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막걸리의 맛있는 매력

막걸리도 와인처럼 여러 가지 맛이 난다고 알려졌다. 감(甘ㆍ단맛), 고(苦ㆍ쓴맛), 산(酸ㆍ신맛), 신(辛ㆍ청량감), 삽(澁ㆍ걸쭉한 맛)으로 이 다섯 가지 맛이 막걸리의 평가 기준이 된다.

첫째로 단맛과 쓴맛이 동시에 나는 것은 발효와 당화가 함께 진행되기 때문인데 이는 밥을 먹을 때 계속 밥을 씹으면 단맛이 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침 속에 있는 효소에 의해 전분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 단맛이 나는데 술은 누룩에 의해 포도당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막걸리를 마시면 단맛이 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절반의 포도당이 효모에 의해 알코올로 변하면서 쓴맛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신맛은 과일에서 나는 새콤달콤한 맛과 비슷하다. 또한 걸쭉한 막걸리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걸쭉한 맛은 막걸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걸쭉한 맛은 막걸리를 담글 때 쌀과 물의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쌀이 많이 들어갈수록 걸쭉함이 더해진다.

막걸리는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로 나눠진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막걸리 누보는 생막걸리다. 살균막걸리와 달리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 탄산이 살아있고 신선하다. 바로 이 생막걸리의 강한 청량감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편, 지난 10일 ‘2009 햅쌀막걸리’가 전국 34개 제조업체에서 대량 생산돼 전국 규모로 일제히 유통됐다. 전국 팔도에서 지역성을 살린 가지각색의 막걸리를 내놓았고 특별판촉 행사 등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막걸리 열풍이 식기 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 잡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와인처럼 맛의 기준을 정해 제품을 다양화시키고 냉장 유통 보관이 필수인 생막걸리에 적합한 유통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고 준비한다면 우리의 전통 술인 막걸리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고급술이 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