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임시국회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끝난 지 한 달 만에 국회가 또 청문회 풍년을 맞고 있다. 9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20일까지 장관 4명에다가 국가정보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줄줄이 계획되어 있어, 벌써부터 여야 위원들은 불꽃 대결을 펼칠 태세로 후보자에 대한 검증자료 준비로 의욕이 넘친다.

지금까지 인사 청문회가 열렸을 때마다 후보자 중에서 부동산 투기, 병역 기피,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에서 한 건이라도 자유로운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 청문회 현장을 TV로 시청한 국민이 오히려 난감한 편이었다. 인사 청문회장에서 후보자가 각종 의혹 등으로 야당의 혹독한 공세에 시달리게 되면 여당은 어김없이 후보자에 대한 옹호에 나섰고, 단골 메뉴는 ‘인권침해’가 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검증 강화’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도덕성 검증을 주로 했으니 항간에서는 정책 검증에 중점을 두자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국회의 인사 청문은 대통령의 인사에 관한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인사 청문회의 원조(元祖)국가인 미국에서는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자가 인사를 선정하기 전에 후보자에 대해 백악관 인사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으로부터 개인과 가족에 대한 배경 등 총 233개 항목에 달하는 그물망 정밀 검증을 받는다.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경우 대통령이 당사자를 면담한 후 인사 내정에 앞서 의회지도자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는데 무려 300일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후보자들에 대한 비리나 인사 잡음이 생길 리가 없다.

우리의 경우는 미국 인사 청문 시스템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까지 국민이 보아왔듯 사전 인사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덕성 검증보다 정책 능력 검증을 우선하자는 것은 분명 문제가 많다. 청문회를 하루 앞둔 8일,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이 “인사 청문회는 후보자가 정책적 비전과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자리”라고 구두 논평했지만, 인사 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국회 견제가 근본 목적이니만큼 후보자가 도덕성과 함께 정책 수행능력을 겸비했는지 옥석을 가리는 게 핵심이다. 결격 사유가 없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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