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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0%’ 저물가 지속돼 디플레 우려 확산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연 1%대 기준금리가 출현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는 연 2.00%로 4개월 연속 동결됐다. 작년 8월, 10월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가계부채 급증세도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경제의 상·하방 위험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금리 동결의 배경”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가계부채는 작년 8월 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증가 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다. 작년 1~7월 월 평균 3조 4000억원 증가했던 가계대출은 8~11월 월 평균 6조 8000억원으로 늘었다.

한은은 오는 12일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아직까진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으나, 금통위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소수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최근 소비자 물가가 석 달 연속 0%대를 기록하는 등 저물가가 심화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지난달 물가는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라며 “저물가 상황이 지속돼 디플레이션 가능성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동진 삼성선물 연구원은 5일 보고서를 통해 “(최 부총리 발언이) 과거 ‘척하면 척’ 수준으로 강하게 주문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보다 스탠스가 우호적으로 변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유가하락에 따른 물가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3월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 출현 가능성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5일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경기 상황이 여전히 부진하다고 판단했다. KDI는 “조업일수 증가에도 주요 생산 관련 지표가 둔화하고 있고, 내수·수출 등 전반적인 수요도 미흡하다”며 “민간 소비 역시 유가 하락에 따른 구매력 상승이 아직 실물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도 한은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중국 스웨덴 호주 등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 등을 단행해 통화 완화에 나서면서 한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도 올해 중후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선제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본 유출을 막는 차원에서 통상 한국은 미국보다 1~2%p 정도 높게 금리를 유지해왔다.

다만 인하 시점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 등 확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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