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헌재, 위헌 결정… 민사상 책임에 관심 쏠려
민사상 책임범위·위자료·배상액에 관심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62년간 지속된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로써 현재 수사 단계에 있는 이들은 불기소 처분을,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항소해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외도한 이들에 대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상으로는 여전히 외도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6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형법 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위헌 의견에서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별도 위헌 의견에서 “미혼의 상간자는 국가가 형벌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며 “모든 간통 행위자와 상간자를 처벌하도록 한 현행 간통죄는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강일원 재판관도 별도 위헌 의견에서 “죄질이 다른 수많은 간통 행위를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간통죄는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 효과가 있다”며 “처벌 규정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간통죄 폐지로, 종전 합헌 결정이 선고된 다음 날인 2008년 10월 31일 이후 간통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을 확정받은 이들은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구제 대상은 5000여명이다.

간통죄가 폐지되자 위자료와 배상인정액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도로 인한 혼인 파탄의 책임을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만큼 그에 대한 책임은 더 무거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간통죄가 사라지더라도 당장 위자료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또 형법상 외도가 범죄가 아닌 만큼 위자료나 배상금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간통죄는 그 기원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인 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제국 형법은 간통죄 대상을 유부녀로 한정 지었다. 이후 1953년 간통한 남녀를 모두 처벌하도록 형법이 제정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동안 간통죄 위헌 여부를 놓고 진행된 헌법재판에서는 간통죄를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으나 분위기는 시대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다. 1990년에는 위헌 의견이 3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재판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 재판이 있었던 2008년에는 위헌 4명, 헌법불합치 1명으로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을 넘어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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