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인 관계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자료출처: 경찰청)
세종시 총기 사고, 애정·재산분할 문제가 원인
엽총 동원 범죄로 총기 관리 규정 도마에 올라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원한이나 금전문제, 치정 등으로 인한 강력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애인이나 전 애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매년 늘고 있다. 강력범죄자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남성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경우 사회‧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신과 분노가 더 커 살인이나 방화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경찰은 지난 25일 발생한 ‘세종시 엽총 살인 사건’도 애정문제와 재산분할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강모(50, 남)씨는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 편의점 등에서 옛 동거녀 김모(48, 여)씨의 동거남인 송모(52, 남)씨, 김씨의 오빠(50)와 아버지(74)를 엽총으로 살해했다.

강씨는 김씨와 편의점 운영 등 사업을 하다가 1년 6개월 전 헤어지면서 재산 분할 등 지분을 놓고 다투다 앙심을 품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강씨와 헤어진 김씨와의 애정문제도 갈등의 요소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인 강씨가 자살한 만큼 사실상 정확한 원인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분노조절 장애로는 볼 수 없다”며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을 쏜 게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여자친구나 여자친구 집안과 쌓인 앙심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긋난 인연’ 치정 범죄 매년 증가

연인 사이의 강력범죄는 지난 2년간 매년 700건대를 유지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애인관계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건수는 지난 2007년 483건에서 2011년 655건, 2012년 722건, 2013년 736건 등으로 증가했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남성범죄자의 비율은 2013년 96.4%에 달했다. 특히 실제 살인을 저지른 살인기수범죄자는 남성이 80.0%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41~50세가 25.0%로 가장 많았고, 51~60세가 23.0%로 그 뒤를 이었다. 중장년층 남성의 치정 관련 강력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 1월에는 40대 남성이 안산에서 별거 중인 아내를 만나게 해달라고 인질극을 벌이다 전 남편과 의붓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1년 경기 파주 적성면의 한 농장에서 발생한 엽총 살인 사건은 이번 사건과 비슷하다. 당시 피해자 손모(64)씨는 헤어진 동거녀와 재산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신모(41, 여)씨와 신씨의 애인 정모씨에게 범행을 저질렀다.

일방적인 이별통보로 발생하는 사건도 많다. 연애 컨설팅 업체인 퍼시드 연애조작단 곽현호 대표는 “치정 사건들을 보면 남자가 여자나 여자 측 가족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범죄를 줄이려면 이별을 할 때 일방적으로 문자 통보를 한다든지 갈등이나 오해를 풀지 않고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엽총관리 부실했나… 수렵인들 반발

이번 사건으로 총기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지금보다 더 강화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실제 살인기수범죄 범행도구 가운데 총기는 극히 적다. 그러나 총기 사용으로 인한 범죄는 그 피해가 클 수 있어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엽총은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라 전국 경찰 관서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를 출고하려면 경찰 관서에서 출고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한다. 출고 시간은 오전 6시부터 가능하며 매일 밤 10시 이전까지 경찰 관서에 반납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의 총기 출고와 입고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전국수렵인참여연대 김태규 회장은 “총기관리는 지금도 충분히 강화된 상태다. 총기를 제때 반납하지 않으면 연락이 오는 등 경찰 관서에서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관리 인력을 늘린들 원한 문제로 인한 이 같은 사건은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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