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지난 25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회의’에서 ‘자녀 양육부담 경감’ 정책과 관련, 최근 어린이들의 빠른 발달상황을 고려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긴다는 내용의 ‘저출산 대응 추진방향’을 보고했다고 한다.

금년 초부터 국회와 정당에서 유아교육의 완전한 공교육 확립과 이에 따른 재정 지원 확대가 저출산대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시각과 상치되는 방안을 미래기획위원회에서는 저출산 해법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학제 개혁 정책을 입안하는 부처는 교육과학기술부인데 관장부처와는 사전 논의도 없이 발표했다고 하니 이 방안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직속기관에서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하여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인터넷토론방에 올라온 많은 의견들을 보면 ‘전보다 유아들의 체격이 커졌으니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낮추어도 된다’ ‘유치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있으니 취학연령을 낮추자’ ‘유치원을 구조조정을 해야 하니 취학을 앞당기자’는 등의 찬성의견이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 댓글이 많이 올라가 있다.

그와는 반대로 ‘출산율을 높이려고 하면서 왜 유아교육을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는가’ ‘만 5세를 초등학교에 취학시키면 오히려 방과후 사교육비 부담이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만 5세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은 교육의 본질, 내용과 방식이 다르다’ ‘선진국에서도 하지 않는 조기취학을 왜 하려고 하는가’는 등의 반대의견이 더 많은데, 이 의견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댓글과 서명이 수없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만 5세 초등학교 취학방안은 이미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에 ‘비전 2030’ 중 ‘2년 일찍 학교를 마치고 5년 더 일하게 한다’는 경제 촉진 정책 방안으로 추진했던 학제 개편 계획안으로 제시되었지만 당시 심각한 정책적, 사회적, 학술적 논쟁을 거친 끝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추진을 중단했던 정책이다.

그런데 똑같은 정책이 이번에는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으니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네티즌들의 의견을 통해 볼 때 만 5세 초등학교 취학안이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니 논의를 생략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만 5세를 초등학교에 전면 취학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를 몇 가지만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발달심리학에서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만 5세의 뇌발달 특성이 6세 이후와 구분되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외견상 체격발달이 전보다 빨라졌다는 것만으로는 논리적 사고와 사회ㆍ정서적 측면 등 전반적인 발달이 초등교육을 받아들이기에 적합하지 않다.

둘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 뒤 교육 분야 인수위원을 맡았던 Steve Barnett 미국 국립유아교육연구소(NIEER) 소장은 유아교육이 인지, 사회 정서, 교육적 효과 등 영유아의 발달에 매우 큰 효과가 있고, 유아교육의 경험이 범죄율 감소 등 사회발전에도 기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국가인적자원개발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한 점을 참고하여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 3~5세의 완전 무상교육을 보장하여야 한다.

셋째, 1인당 국민총소득 상위 10개국의 예로 보면 만 6세에 취학하는 나라가 6개국이며, 출산율이 상승하고 있는 스웨덴을 비롯한 3개국은 만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있다.

넷째,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학부모가 원하면 얼마든지 만 5세에 취학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만 5세 조기 취학자 수가 매년 현저히 줄어들어 조기취학 정책은 실효성을 잃었으며, 만 6세에도 취학시키지 않고 유예시켰다가 만 7세에 취학하는 아동수가 전체의 10% 이상 되고 있다는 점을 통해 볼 때 만 5세 조기 취학안은 학부모들로부터 다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다섯째, 초등학교 학부모, 유치원 학부모, 초등학교 교사 세 그룹 모두 ‘현행학제, 즉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제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에 가장 높은 응답을 보였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현행학제 유지(70.5%)’, ‘7세 입학이 더 적절(18.4%)’, ‘만 5세 입학 찬성(9.3%)’의 순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하여 보면 만 5세의 초등학교 취학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영국의 유아교육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꾼 EPPE Project라는 연구 결과에 의하면 500만여 원을 투자하여 주당 15시간 정도의 질 높은 유아교육을 받게 하면 저소득층 가정에 약 3500만 원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만 5세를 초등학교에 보내서 절약되는 예산으로 남는 영유아 보육과 유아교육비로 지원한다는 것은 윗돌을 빼내서 아랫돌을 받치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 폐기된 학제 개편방안을 다시 들고 나와 국민들 간에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만 3~5세 유아교육을 조속히 완전 무상교육제도로 공교육화하여 출산율도 높이고, 통일 한국의 주역이 될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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