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자 제안 내용 중 쟁점사안. ⓒ천지일보(뉴스천지)

보상대상·질병종류·협력사포함 여부 놓고 시각차
참석자 “그래도, 이견 좁힐 수 있는 희망 보였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보상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2차 조정기일’을 시점으로 첫걸음을 뗐다. 16일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의제(사과·보상·재발방지)에 대한 청문절차를 통해 교섭 3자(삼성전자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삼성전자,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는 첨예한 이견을 확인됐다. 하지만 그래서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보상에서는 ▲발병시점 ▲질병종류 ▲협력사·하청업체 포함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였고 재발방지 부분에서는 정보공개, 제3의 기구 설립을 놓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퇴직자 보상엔 모두 동의했지만 발병 기준시점에 대해선 가대위는 12년, 삼성전자는 10년, 반올림은 20년으로 각각 달랐다. 가대위는 백혈병 등의 잠복기간이 최장 12년이라는 점을, 삼성은 유해인자 노출 후 5년이 지나면 발병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반올림은 암 발병까지
수년에서 최대 수십년의 잠복기를 가진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보상질병의 종류에 대해 가대위와 반올림은 림프조혈기계암은 물론 신경계암, 생식계암 등 여러 질병을 포함했다. 삼성전자도 림프조혈기계암과 사업장 산재승인 이력이 있는 암 등으로 기존에 비해 대상을 대폭 늘렸다. 하지만 반올림 쪽에서 주장하는 불임, 자연유산 등 생식보건문제는 포함하지 않았다. 반올림은 “최근 많이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빼면 예견된 다툼을 두고 가는 것밖에 안 된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극명한 이견을 보인 쟁점은 ‘협력·하청업체 직원의 포함 여부’였다. 가대위와 반올림은 포함을 주장했고 삼성전자는 난색을 표했다. 가대위는 조정위 활동기간 내 구체적 피해사실을 신고해온 경우 보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올림 이종란 간사는 “사고 대부분이 설비 점검이나 청소 시 일어나는데 원청(삼성전자)이 빨리 생산에 돌입하기 위해 청소·점검 시간 단축을 요청하는 게 큰 원인이다. 지난해 불산 사고도 그랬다”며 무조건적인 포함을 강조했다. 이에 삼성 협상대표 백수현 전무는 “협력사는 근무 이력이 확인되지 않는 등 보상이 어려운 현실적 이유도 있다”며 “안전보건관리수당을 높이는 등 다른 차원의 지원을 고려하는 게 맞다”고 맞섰다.

재발방지에서는 ‘정보공개’를 두고 삼성과 반올림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반올림은 “삼성은 이미 모든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전산관리 중이고 정보공개가 굉장히 취약하다는 텍사스주의 삼성 오스틴 공장은 일반 시민도 (정보를) 볼 수 있다”며 공개를 촉구했다. 삼성은 “양국 모두 영업비밀은 공개하지 않으며, 미국에선 당국 신고과정 중 영업비밀이라고 양해되면 아예 제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외 가대위와 반올림은 ‘새로운 기구(건강재단,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를 삼성은 ‘기존 기구(사내 건강연구소, 고용노동부)’를 통해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상반된 제안을 했다. 하지만 백 전무는 “신속한 진단을 위해 제안했지만 전문적 구성이 가능하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개선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그래도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상당한 시각차를 확인했지만 더 진전되게 해줄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가대위 정애정씨는 “이견을 좁힐 수 있는 희망이 보였다”고 평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직업병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와 유족에 대한 피해 보상을 협의하는 2차 조정기일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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