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창수 전경련 회장
선뜻 나서는 재벌총수 전무… 뚜렷한 대안 없어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GS그룹) 회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회장 임기 종료 시점은 다가오는데 바톤을 이어받을 적임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 10일 열리는 정기총회 때까지다.

하지만 정기총회가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선뜻 회장직을 이어받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기업 총수가 전무한 상태다. 오는 3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어느 정도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에 대한 윤곽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허 회장이 이번에 전경련 회장을 맡게 될 경우 3연임이다. 그는 아직 3연임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전경련 수뇌부와 전임 회장들, GS그룹 관계자 등에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 때 기자들과 만나 “(회장직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위 관계자들에게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다소 애매한 답변을 한 것.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3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재계에서는 허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경련 회장은 연임 제한이 없는 데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재벌총수들의 처한 상황도 회장직을 수행하기에 녹록지 않아서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인해 사실상 후보군에서 일찌감치 배제됐다. 게다가 조 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어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할 여유가 없다.

지난해 말 경영일선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아직 집행유예 상태여서 전경련 회장직 수행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 롯데의 모든 경영권을 박탈당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만큼 전경련 회장직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와병중이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다.

현재로선 허 회장을 재추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재계의 분위기다. 허 회장이 3연임할 경우 이제껏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한 재벌총수 중 최대 횟수를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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