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씨 부인, 남편 영정 들고 군청서 울분 토로
해남군청 “민원 요구, 공정하게 해결했다” 해명
군과 신축주 간 유착관계 사실 여부 확인 필요
[천지일보 해남=최유라, 김미정 기자] “군청에 아는 지인, 친척 하나 없는 것이 한입니다.… 다방 했던 여자는 민원 제기하면 안 됩니까?”
지난 6일 오전 10시 양모씨가 남편의 영정사진을 들고 해남군청 안전건설과를 방문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진 속 인물은 최근 민원처리를 이유로 음독자살한 60대 남성 김모씨다.
앞서 지난해 7월경 김씨 부부는 자신의 집 위에 집을 신축하던 주인(이모씨)이 국유지 소유 대나무를 임의로 베어 토사가 흘러내리자 군청에 ‘옹벽설치’를 해달라고 민원을 올렸다. 하지만 군은 오히려 신축공사를 허가했다. 수개월 실랑이 끝에 김씨는 지난 4일 음독자살했고, ‘관련 공무원들과 이씨 간의 유착관계를 밝혀달라’고 유서를 남겨 논란이 됐다.
이날 양씨는 “조그마한 옹벽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됐다”며 분통해 했다. 대신 군은 ‘국유지 훼손’ 건만 받아들이고 토사더미에 잔디와 코아네트를 깔아놓았다. 이에 양씨는 “토사가 다 흘러내리고 있는데 배수로 설치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공무원이 양씨의 과거 직업을 취재기자들에게 언급하고, 민원 건을 무시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공무원 소양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도 있었다.
양씨는 “군에 거주하는 친척 하나, 자녀가 없는 것이 제 한입니다. 군·면의 공무원 ‘갑질’이 이리 심한 줄 몰랐다”며 “다방 했던 여자는 민원제기를 하면 안 되는 것이냐? 나 다방 3개월 일했다. 건축법과 다방일 한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따져 물었다.
이어서 양씨는 지난 11월 5일 ‘다방 여자’ 발언을 한 건축계 담당주무관 김모씨를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출장 민원 접수를 내려던 일도 언급했다. 양씨는 그날 주무관이 빌면서 ‘옹벽설치’ 각서를 써줘 접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서도 건축법 제40조가 아닌 제50조로 잘못 기재됐음이 밝혀졌고, 민원인을 우롱한 처사라며 양씨는 거듭 억울해했다.
이에 박철환 해남군수는 “억울한 부분은 적정성 여부를 따져 해결하겠다”며 “직원들에게 소양 교육도 시키고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군 “도로기능 상실… 옹벽설치 신청 없었다”
음독자살 사건 이후 군청 관계자는 “민원의 요구를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남군청 안전건설과 안전총괄담당자는 “해당 도로는 국유지 도로지만 길이 50m에 폭이 3m도 안 되는 짧은 구간이라 도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국유재산관리를 하는 입장에서 재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국유지 도로의 나무를 훼손한 것으로 법적 책임을 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담당자는 “지난해 10월 29일 해당 민원을 접수한 뒤 여러 차례 방문해 토사에 잔디를 깔고 코아네트를 깔았다”며 “우리 입장에선 민원요청 건은 모두 처리했다”고 밝혔다.
옹벽설치와 관련해서는 “옹벽설치는 사업비가 필요해 지원사업부에 얘기하라고 언급해줬는데 사업신청이 들어온 게 없어서 처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건축법 제40조에 따르면, 성토 경사가 1:1.5 이상으로 높이가 1m 이상이면 옹벽을 설치하게 돼 있다. 현장에는 1m가 넘는 성토 앞에 아직도 옹벽이 없어 갈등이 예상된다.
군청이 만약 공명하게 행정을 처리했을지라도 민원인이 사망하면서까지 지속적으로 민원이 해결되지 못했다면 이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오해를 낳을 여지가 있다. 옹벽설치 건만 하더라도 민원인과 군청 간의 충분히 합의를 볼 제도나 장치가 없었던 점도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김씨 유서를 토대로 해남군청이 신축 공사 과정에서 적법하게 민원을 처리했는지와 군청 관계 공무원들과 신축주 간의 유착관계 등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