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지 세계화 전략을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역사학자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지 국제 세미나 개최 “강도·질감·내구성 우수”
미국, 기록문서 복원에 한지 도입해 적극 활용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전 세계에서 우리 전통 한지(韓紙)는 ‘천 년 가는 한지’로 통한다. ‘견오백지천년(絹五百紙千年)’이라는 말이 있는데, 즉 “비단은 오백년 가는 반면에 한지는 천년의 세월을 간다”는 의미다. 수입지는 고가일수록 차갑고 빳빳한 반면 양질의 한지는 구김이 가지만 질기고 따뜻한 감촉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한지는 정(情)’이라고 까지 할까.

한지는 이른바 ‘한브랜드’로 통용하고 있는 ‘6H(한옥·한복·한음식·한지·한음악·한글)’에 속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이자 세계인에게 우수성을 인정받은 유산이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지 세계화 전략을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문화역사학자, 기자)는 “한지는 수 세기 동안 발명된 수많은 종이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종이로 인정받아 왔다. 한지의 전통과 우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할 만큼의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한지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바스베인스는 탐사보도로 이름을 떨친 언론인 출신 문화역사학자이자 ‘종이와 역사’의 저자다. 책은 2000년 전 종이가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중국부터 종이를 만드는 장인, 제지 기업과 공장, 종이 수집가, 예술가, 위인들의 종이 활용 및 다양한 종이를 소장한 박물관, 도서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바스베인스는 “종이는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것으로 꼽힌다. 식물성 원재료, 깨끗한 물, 종이가 바로 종이 제작의 3대 원칙이다. 종이는 제작 방법이 매우 간단할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 가능한, 실로 놀라운 인류의 발명품”이라며 “종이는 지난 수 세기에 걸쳐 지역과 세대를 넘어, 전 세계 어디서나 문화 보존과 전파를 위한 수단으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됐다. 결국, 종이는 모든 문화권과 세대를 상호 연결하는 공동의 끈이라 할 수 있다”고 종이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는 종이의 기술적 진보 측면에서 볼 때 ‘위대한 연속 선상’에 놓여 있다”고 한지의 위상을 인정했다.

지금 유럽에서의 한지 활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록문서 복원 작업에 한국의 전통 수공예 종이인 한지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세계 속 한지 활용 가능성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이탈리아 플로렌스 국립도서관 도서보존전문가인 알렉산드로 시도티는 “한지는 치수 안정성, 기계적 강도 및 내굴곡성이 높고, 다방면으로 뻗은 섬유질로 인해 결이 생기지 않는 등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았다”며 “시록문서 보존을 위한 일시적 또는 영구적 수단으로, 또는 양피지의 대체물로서 새로운 표지 제작을 위한 대안으로 한지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국립자료원 보존전문가인 로랑 마르탱 역시 한지가 대체 가능한 우수 종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국가자료원은 세계 여러 국가의 기록문서 보존 담당 기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유형의 문서를 보존함에 큰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록문서 보존 기술은 지속해서 진화해왔으며, 동양에서 사용해 온 뛰어난 품질의 종이가 전통적 고문서 보존 자재를 대체할 대안으로 주목을 얻었다”고 말했다.

▲ 2014 공예트렌드페어 출품작. 유보영 ‘한지모듈조명’, 종이접기 방식. (사진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한지를 활용한 많은 공예품, 의상, 장식품, 생활용품 등을 만들어 국내외로 많은 전시를 개최해왔다. 정부 주최 행사부터 박물관, 관공 기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에서 한지 관련 행사를 열었다.

지난 10월 9~11일에도 서울 지역 최초로 최대 규모의 ‘한지 문화제’가 열린 바 있다. 한지 공예가를 비롯해 한지 관련 기업, 협회 등 총 300여 팀이 참여해 ‘한지, 빛을 발하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한지를 선보였다.

한편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한지산업지원센터가 시행하는 ‘한지품질표시제’ 사용을 알렸다. ‘한지품질표시제’는 한지의 생산자, 제조방법, 재료의 원산지 등 한지품질을 좌우하는 제반 사항을 표기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한지 보급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됐다.

한지품질표시제의 표시사항은 한지 품질을 좌우하는 제반사항을 소비자가 알기 쉽게 세부적으로 표기하게 된다. 포장지는 닥섬유 함량에 따라 국산닥 100%는 자색, 그 외는 청색으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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