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수출 품목을 다양화하고 미래의 수출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부터 세계 일류상품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일 세계 일류상품 기업인증서 수여식에서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이 지난해 149개에서 금년 154개로 역대 가장 많은 기록을 달성했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런 기록과 달리 이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에 의하면 최근 10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8대 주력수출품 가운데 6개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에 한국 2.8%, 중국 6,6%로 뒤졌던 정유는 2013년은 각각 3.0%와 13.3%까지 격차가 벌어졌으며, 철강의 경우 한국은 2003년 4.8%에서 2013년 4.1%로 후퇴한 반면 중국은 4.8%에서 48.5%로, 그 격차가 너무 커져서 따라잡기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 됐다. 2003년 세계시장 점유율이 중국에 앞섰던 4개 산업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 기간 세계 1위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스마트폰도 올해 2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이 30.1%로 중국의 점유율 31.3%에 비해 예상보다 빨리 중국에 뒤떨어졌다. 조선과 해양은 작년도에 수주와 건조량에서 중국에 뒤졌으며 자동차 생산대수는 이미 2009년 중국에 추월당했다. 석유화학은 2004년에 역전된 이후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아직은 상당한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언제 따라잡힐지 모른다며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중국산업의 약진은 많은 전문가가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기업들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중국산업의 약진은 거대한 자국시장과 글로벌 하도급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최근에는 기술 격차까지도 좁히게 한 덕이 크다. 한·중 기술격차는 2010년 2.5년에서 2012년 1.9년으로 좁혀졌다. 중국의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이미 앞질렀으며 저렴한 휴대폰을 무기로 소프트웨어와 판매, 부가서비스로 매출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개설하였고 자회사인 알리페이를 설립해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하는 등 IT와 금융 융합산업인 핀테크에도 진출해 사실상 금융업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거대 IT기업들은 한국의 게임기업, 한류기업을 인수 합병하거나 최근에는 국내금융사와 연계해서 금융시장 진입도 노리고 있다. 창업 15년 만에 뉴욕 거래소에 상장해서 중국 최대 갑부가 된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향후 15년 뒤에는 우리 때문에 세상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거대한 자국 시장 수요와 정부의 든든한 후원을 무기로 중국기업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계속 밀리는 것은 물론 우리 안방까지 내주는 상황이 머지않아 닥칠지 모른다.

우리 기업도 규모의 경제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최근 삼성과 한화의 빅딜과 같은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강도 높은 FTA 체결로 경제영토도 넓혀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기술력을 더 높이고 혁신 제품과 서비스개발에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IT와 융합, 인문학과 융합 등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정부 또한 새로운 기술과 혁신제품·서비스 개발을 가로막거나 IT와 금융, IT와 의료의 융합 등 기업의 새로운 시도를 저해하는 규제는 샅샅이 찾아 없애야 하고 사회분위기도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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