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 넘어 ‘공짜경제’ 시대 왔다

2009년 상반기 히트작 ‘꽃보다 남자’는 약 65억 원, 2007년 ‘태왕사신기’는 550억 원의 제작비용이 들었다. 여기서 시청자마다의 기회비용을 제외하고 드라마 제작과 시청만 생각해 보자.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는 데 공짜로 본다. 그렇다면 드라마 제작하는 데 든 거액은 어디에서 회수될까?

바로 ‘광고’가 답이다. 모든 TV 프로그램에는 광고가 붙는다. 즉, 광고주들이 드라마 제작을 후원해 소비자 시청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크립(Creep)으로 유명해진 영국 록 그룹 라디오헤드. 그들은 2007년 ‘인 레인보우(In Rainbows)’라는 새 앨범을 발매하면서 ‘알아서 양심껏 지불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앨범을 구매하는 사람은 1페니에서 99.99파운드, 즉 원화로 20원에서 약 20만 원 사이에서 적절한 가격을 알아서 지불하도록 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파격적인 결제 방법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하나같이 라디오헤드 팬일지라도 경제적인 선택을 해 가장 저렴하게 앨범을 구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인 레인보우’ 앨범은 MP3 음반과 특별판 CD 박스, 정규 음반을 합쳐 총 300만 장이 팔렸고, 이러한 결과는 그 전 정규앨범 2개 판매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짜’와 기업이 생각하는 ‘공짜경제’는 다르다는 점이다. 흔히 사람들은 공짜라면 ‘조건 없는 완전 공짜’를 생각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 창출 메커니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조건 없는 공짜’를 자선 사업에서나 가능하고 영리사업에서 조건 없는 공짜를 제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공짜경제를 비즈니스 마인드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공짜경제 사업에서 특정 상품을 공짜로 주는 이유는 그 상품을 더 팔기 위해서가 아닌 오히려 그 상품 대신 다른 상품이나 후원자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공짜경제 비즈니스에 관한 ‘공짜경제학’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수익창출부터 성공사례까지 소개하고 있다. 또한 공짜경제를 이용한 공짜경제에 대한 대처 방안 및 대응 전략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공짜경제 범위는 인터넷이나 미디어산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제조업과 나아가 녹색 산업이나 로봇 산업과 같은 미래 신사업까지 논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나준호 지음/원앤원북스/448쪽/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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