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창 운림리 농소고분 발굴 모습 (사진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전북 순창에 있는 농소고분이 삼국시대 고분인줄 알았으나 발굴조사 결과 고려시대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농소고분 발굴조사 결과 고려시대 덧널무덤(토광목곽묘, 무덤 속에 관을 넣어두는 묘실을 나무로 만든 무덤)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덤의 봉토는 길이 580㎝, 너비 404㎝의 장방형으로 조성됐다. 현재 봉토는 모두 깎아서 편평하게 만들어진 상태다. 봉토의 가장자리에 놓인 병풍석(護石)만 남아 있다.

병풍석은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무덤의 위쪽 둘레에 병풍처럼 둘러 세운 긴 네모꼴의 넓적한 돌이다. 병풍석 내에는 너비 약 200㎝의 토광(널빤지를 깔지 않고 흙바닥 그대로 둔 광)이 3단으로 단을 두고 파여 있으며, 전체 깊이는 300㎝에 이른다.

이 토광의 맨 아랫단에 길이 210㎝, 너비 85㎝의 나무 널(목관)과 나무 널을 보호하기 위한 나무덧널(목곽)이 이중의 관곽(棺槨, 시체를 넣는 속 널과 겉 널을 아울러 이르는 말) 형태로 드러났다.

나무 널 안에서는 두개골 일부가 수습됐다. 또 나무 널의 바깥에는 칠을 하고 원형 테두리를 그린 다음 그 안에 금가루로 쓴 범자(梵字,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스트어를 적는 데 쓰였던 브라흐미 문자)가 확인됐다.

▲ 순창 운림리 농소고분 벽감 유물 출토 모습 (사진제공: 문화재청)
농소고분에서 발견된 유물은 청동합, 청동반, 청동수저 등이다. 토광의 세 벽면을 파내어 만든 벽감(壁龕, 장식을 목적으로 두꺼운 벽면을 파서 움푹한 공간) 속에서 출토됐다. 특히 동쪽 벽감에서 출토된 청동반에는 머리카락을 뭉친 다발이 가지런히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연구소는 “출토 유물과 무덤의 형태 등 여러 정황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공은 고려시대 최고위 계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누구의 무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인골 등 출토 유물에 관한 분석을 통해 무덤 주인공의 실체를 밝힐 예정이다.

용어설명
-합: 음식을 담는 놋그릇 중 하나다. 그리 높지 않으며, 둥글넓적하고 뚜껑이 있다. 불교에서는 주로 공양품을 담는 용도로 쓰인다.
-반: 얇은 세숫대야 모양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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