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집은 없는데 신념은 있다’고 말하는 송주홍 대표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두색하늘 샘플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눈에 알아보는 고품질
해외 바이어들 줄서지만
단가 후려치기는 안 돼

국내서 100% 생산
어려움 많은 길이지만
해외 진출도 이룰 것

올해 세월호 영향 타격
나아지고 있어 ‘희망’
“정부, 국산 우산 썼으면”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모든 우산이 중국산이거든요. 박근혜 대통령 쓰시는 의전용 우산도 그럴 거예요. 두색하늘 상표 아니라면 중국산인데, 청와대에 전달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요. 홍보 안돼도 좋아요. 하지만 대통령은 한국 우산 쓰시면 좋지 않나요?”

누군가는 비만 잘 막으면 되지 요즘 세상에 한국산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두색하늘의 우산은 우수한 성능을 갖춘 ‘명품’으로 통한다. 영국, 미국, 러시아 등 해외 바이어들을 비롯해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사무실을 찾아오는 이유다.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도 두색하늘 우산을 주문해 VIP용 사은품으로 쓴다. 벤츠,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벤틀리, 인피니티 등이 고객사다.

두색하늘 우산엔 각종 특허 기술이 녹아져 있다. 화이버 살대는 녹슬지 않고 고장도 나지 않는다. 5년, 10년이 지난 우산도 A/S 서비스 접수가 들어온다. 우산을 펴거나 접을 때 걸림쇠가 없어도 작동이 잘되도록 만들어 손을 다치지 않는다. 크기에 비해 가볍고, 봉긋한 우산의 모양 때문에 어디서도 금방 ‘두색하늘’ 제품임을 알아볼 수 있다.

한때 정부에서 시중 판매 우산·양산의 83%가 불량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대부분이 수입산이었다. 비바람이라도 치는 날이면 우산이 훌렁 뒤집어져 비를 맞기도 한다. 그래도 우산은 당연히 그러려니 생각할 뿐, 그 이상의 우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한다.

현재 국가기술표준원이 정하고 있는 우산용 국내 KS 발수 기준은 80~90 이상, 양산에 적용하는 KC 자외선차단율 기준은 85 이상이다. 두색하늘 제품은 방수 150, 발수 200 이상, 자외선차단율 99 이상이다.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두색하늘 송주홍 대표의 사무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모든 발길이 주문 체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저는 장사꾼이 아닙니다. 제조공장 상대로 자기 이익만 보려는 사람들과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찾아오는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단가 개념이 중국 저가 제품 수준에 맞춰져 있다. 유명 업체들이 찾아와도 거래를 트지 않는 건, 결국 손해보는 장사를 하다가 브랜드를 잃고 오히려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도 송 대표의 사무실을 왔다 갔다. 여기서 제작돼 매장에 걸리면 해당 로고를 달고 수십만 원에 팔릴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공장을 돌리는 제조사의 사정이 좋아지는 건 별개의 문제다. 그는 “욕심이 없다”고 했다.

송 대표는 27년 전 우연히 우산사업에 뛰어들었다. 워낙 영세한 업계 구조 때문에 기로에서 고민을 거듭하기도 했다. 어느덧 600곳에 달하던 국내 우산 공장들은 사라져 갔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저가 우산에 밀려 사라지거나, 중국으로 옮겨갔다가 역시 사라지는 과정을 겪었다. IMF 때는 송 대표도 고수부지에 차를 대놓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 자신이 도움을 줬던 기획사로부터 부도를 맞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올해 세월호 여파는 송 대표에게도 매섭게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우산은 아직 ‘판매용’ 개념이 약하다. 개점행사나 골프행사 및 VIP용 사은품이 수요의 대부분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각종 행사가 취소됐고 어려움이 닥쳤다.

“국가기관만 국산 우산을 써줘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통계청에 한 번 납품했고, 그 외 정부기관에 들어간 경우는 전무하다.

송 대표는 슈룹(우산의 순 우리말)이라는 브랜드로 해외 진출도 꿈꾸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누구든지 이어받아서 한발 한발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해외 진출을 위한 박람회 비용도 만만치 않아 엄두를 내기 어렵다. 우산 자체를 저물어가는 품목으로 보기 때문에 대출이든 뭐든 쉽지가 않다. “제조업이 참 어렵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기업지원자금을 준다고 하는데 우산은 해당품목에 없어요, 줄 만한데 주면 다행이지만…”

아쉬운 마음은 늘 있지만 27년 내공이 사라지진 않는다. “세월호 여파로 정말 힘든 한해였지만 매출은 전년과 비슷해요. 그러니 매년 나아지고 있다는 제 생각이 틀린 건 아닐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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