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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명, 많으면 두명… 아예 없는 날도”
취지 자체는 좋지만 활용빈도 매우 저조
“서비스 잘 모르고, 신청방법도 번거로워”
실제 전화해보니… 30분 만에 겨우 연결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 이지수(가명, 29, 여) 씨는 요즘 길을 걸을 때 항상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걷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 17일 밤 10시 10분께 이 씨는 서울시 중구 만리동의 한 골목길에서 위험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날 술에 취한 50대 남성 한 명이 이 씨에게 욕을 하며 다가왔다. 피하려고 했지만, 그는 계속 이 씨를 쫓아왔다. 놀라 다른 길로 뛰어갔지만, 취객도 따라왔다.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간 뒤에야 취객이 돌아갔다.

여성들은 심야 시간대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특히 귀갓길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해 여성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용이 번거롭고 홍보가 되지 않아 정작 여성들의 관심과 참여도는 낮은 실정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여성안전종합대책은 ▲골목길 환경개선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골목길 ‘마을 파수꾼’ ▲대중교통 출퇴근 이동안전구축 등이다. 귀갓길 안전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이 가운데 안심귀가 스카우트 이용비율은 매우 저조하다. 14일 서울시 여성가족정책담당관으로부터 받은 서울시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활동실적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귀가지원 건 수는 총 5만 5367건이다. 이를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활동 일수(주 5회×27주=135일)와 운영 자치구 수(25곳), 지부 수(5~6곳)로 나눠 계산하면 평균적으로 한 지부당 매일 2.7명 정도가 이용하는 셈이다. 서울 여성 인구(주민등록 기준) 513만 5776명 중 약 75명(0.0014%)이 이용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1시까지 하루 총 3시간 운영되지만, 이용 빈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안심귀가 스카우트로 일하고 있는 박영대(가명, 50대, 남) 씨는 “하루에 한 명, 많으면 두 명이 이용한다. 아예 이용자가 없는 날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용자가 적은 이유는 시민이 서비스의 존재를 잘 모르거나, 이용이 번거롭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혜련(29, 여, 서울시 서대문구) 씨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제도가 있는지 몰랐고, 앞으로 이용할 생각도 없다”며 “어떻게 신청하는지도 모를뿐더러, 신청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일이 번거롭다”고 말했다.

서연희(22, 여, 서울시 마포구) 씨는 “제도를 들어는 봤는데, 이용한 적은 없다”며 “나이 많은 분들이 오시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밤길이 무서워도 그냥 집에 뛰어들어 간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11일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이용해보니 신청 방법이 불편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스카우트를 만나기 30분 전 120번 다산콜센터로 전화해야 한다. 기자가 다산콜센터로 전화해보니 안내된 번호는 1번 교통, 2번 수도, 3번 행정뿐이었으며 번호마다 대기자 수는 10명 이상이었다.

1번을 눌러 상담원을 기다렸다. 약 4분 후 연결된 상담원은 다시 해당 구청으로 연결해줬고, 구청 직원은 지역 지구대 번호와 담당 스카우트 번호를 안내했다. 알려준 번호로 전화하니 담당 지역이 아니라며 다른 번호를 알려줬다. 여기까지 총 4번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20분이 걸렸다. 또 서비스 매뉴얼에 따라 스카우트는 신청자 만남 시각 10분 전에 도착해 대기해야 하지만, 이날 스카우트는 만남 시각이 다 돼서야 도착했다.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여성의 안전귀가를 돕는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이처럼 실제 이용자가 저조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수정·보완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효율적인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운영을 위해 구청 차원에서 운영하도록 권장할 것”이라며 “내년 예산도 홍보 쪽에 2배 정도 더 줄 예정이며, 홍보를 통해 더 많은 여성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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