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CJ제일제당)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즉석밥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햇반’이 향후 국내에서만 1조원 대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웃나라 일본이 이미 즉석밥으로 1조 원대 시장을 형성한 만큼, 무리한 도전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부산 사하구 장림동 CJ제일제당 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온 식품마케팅담당 박찬호 상무는 “일본은 면 요리가 많은 데 비해 우리는 밥이 중심인 식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2025년경에는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고 이 같은 비전의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햇반은 매출 1079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217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4.5개의 햇반을 먹는 셈이다. 동기간 일본인은 즉석밥 11개를 소비했다. 일본 인구가 한국보다 2배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국민이 1인당 연간 햇반 20여 개를 소비할 때 회사 측이 말한 수준에 도달한다.

긍정적인 신호는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햇반’이 매년 더 많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CJ제일제당은 후발주자들의 공세에도 ‘밥맛 전문가’로서 우위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햇반은 1996년 CJ가 처음 선을 보였다. 이후 오뚜기 동원 농심 등이 뒤따라 즉석밥을 내놓으면서 4개사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CJ의 시장점유율은 65~7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햇반 판매개수가 매년 증가한다는 건 그만큼 즉석밥 시장이 전체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찬호 상무는 “처음엔 낱개로 햇반을 샀지만 갈수록 번들 구매의 비중이 커지고, 이제는 아예 박스 단위로 들여가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1인가구가 증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4인 가구라도 함께 밥을 먹기보다 각자 취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짚었다.

앞으로도 1인가구가 더욱 늘어나고 즉석밥 시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은 ‘간편성’을 뛰어넘어 ‘건강·기능성’으로 방향을 잡고 다양한 제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큰눈영양쌀밥 개발

CJ는 최근 자사 인터넷몰에서 ‘큰눈영양쌀밥’ 판매를 시작했다. 서울대와 함께 개발한 ‘서농 17호’ 품종을 사용한 제품이다. 서농 17호는 일반적인 쌀보다 쌀눈이 3배 크다. 또 쌀눈이 함몰된 형태라서 도정 과정에서 많이 깎여 나가지 않는다.

쌀눈에는 쌀 영양분의 66%가 들어 있다.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가바(GABA) 성분, 항상화 작용을 하는 감마오리자놀, 미네랄, 비타민 등이다. 하지만 백미의 경우 도정을 통해 쌀눈이 대부분 깎여 나가기 때문에 이 부위를 살리기 위한 연구가 계속돼 왔다.

CJ제일제당 식품개발1센터 오예진 과장은 “요즘은 쌀눈을 살린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백미처럼 부드럽게 씹을 수 있으면서도 영양적 가치는 높인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즉석밥 시장에서 건강지향 추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햇반의 판매 비중은 백미와 잡곡이 8:2다. 하지만 앞으로 잡곡밥 비중이 50%까지 오를 것이라는 게 회사의 예상이다.

신제품 큰눈영양쌀밥은 건강중시 경향에 맞춰 품종부터 새롭게 개발했다. 4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걸렸고, CJ가 서울대로부터 종자에 대한 권리를 이전 받아 독점 사용하도록 돼 있다.

CJ 신선편의식품센터 김태형 수석연구원은 “기존 품종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양한 품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육종 전문기관인 농촌진흥청이나 대학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생산량이 많으면서 맛이 좋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품종들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육종이란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것을 말한다. 큰눈쌀밥 외에도 CJ는 냉동밥이나 죽, 가공밥에 사용하기 가장 적합한 품종을 농진청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현재 종자종식 단계를 거치고 있다.

햇반은 백미·잡곡·건강기능밥 등 3가지 카테고리를 유지하면서 제품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올해 100% 현미밥을 내놓은 데 이어 내년부터는 제철나물이나 채소, 슈퍼곡물 등을 활용해 맛과 향을 살린 제품을 출시하고 조미밥 등으로도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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