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을 통한 한국영화 발전 위해 상영 제도 바뀌어야’ 기자회견 통해 밝혀

 

▲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영화 ‘집행자’의 교차상영 철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주연배우 조재현, 최진호 감독, 제작사 조선묵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세 사람이 착잡한 표정을 한 채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최근 장나라 주연의 영화 ‘하늘과 바다’에 이어 윤계상, 조재현 주연의 ‘집행자’마저 개봉 2주차에 교차상영이 결정됨에 따라 영화계에 ‘교차상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교도관의 시선으로 사형이란 사회적 의제를 처음으로 조명한 영화 ‘집행자’가 개봉 1주 만에 20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을 하던 중 할리우드 대형영화 ‘2012’의 개봉과 함께 스크린 독과점에 의한 교차상영이 결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차상영이란 시간대에 따라 다른 영화들을 끼워 상영하는 방식으로 일명 ‘퐁당퐁당’ 상영이라 부른다. 주로 관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블록버스터는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에,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 등은 조조할인 시간대나 심야 시간에 상영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5일 개봉한 집행자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로부터 상업영화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3억 원을 지원받은 첫 번째 당선작이었다. 스태프들과 출연배우들이 모두 인건비까지 적게 받으면서 고통을 분담해 만들어 개봉 당시 247개라는 비교적 적은 개봉관에도 불구 주간 흥행 1위를 기록한 영화이기에 아쉬움을 주고 있다.

더구나 개봉 전 시사회에 김경한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유선호 국회 법사위원장, 정진석 추기경 등 주요 인사들이 관람해 사형제도와 인간의 존엄성에 관해 의미 있는 논제를 제시하는 등 작품성까지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안타까움은 더하다.

이로 인해 교차상영이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는 스크린 독과점과 함께 한국영화 발전을 저해하는 새로운 문제로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 제작사 활동사진 조선묵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12일 프레스센터에서는 영화 집행자의 교차상영 철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주연배우 조재현, 최진호 감독, 제작사 활동사진 조선묵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조선묵 대표는 “이미 관객으로부터 흥행과 함께 우수한 평가로 검증받은 영화에 교차상영이 결정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장기적인 흥행 가능성이 있는데도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면 한국영화의 제작 시스템은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조 대표는 “제작비 12억 원 정도의 저예산영화인 ‘집행자’는 손익분기점이 약 60만 명이다. 개봉 첫 주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달성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으나 불공정성 교차상영으로 이내 희망이 좌절됐다”며 “중소제작사도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빼앗겼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최진호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에 조 대표는 “그동안 교차상영 사례가 있었지만 이같이 정확히 거론된 사례는 처음이다. 당장 시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중소제작사들에게 이 같은 피해가 또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며 정부의 심도 있는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최진호 감독은 “관객 앞에 서서 영화를 통한 격려와 충고를 받아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이 자리에 서게 돼 씁쓸하다”며 “적은 인건비를 받고도 좋은 영화 만들기에 뜻을 함께해 준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배우로서 나서게 된 조재현은 “배우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이런 저예산영화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기에 모두가 적은 돈을 받고도 일했다”고 입을 열었다.

▲ 배우 조재현.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어 “가능성을 보고 제작한 영화가 실제로 흥행 가능성을 보여 줬지만 대형배급사나 대형극장주의에 의해 막혔다”고 울먹이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상영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조선묵 대표는 영화 ‘집행자’ 관계자 모두의 뜻을 담은 교차상영 철회를 위한 정부의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발표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를 직접 방문해 관계자를 만나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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