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푸드가 수입한 회수 대상 바나나 (사진제공: 식약처)

식약처, 정밀검사 없이 서류·육안 검사로 ‘적합’
서울시 압류 후에도 소비자 모른 채 1주일 지나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잔류농약 기준치를 초과한 바나나가 대량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의 부실한 관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2~26일 시중에 유통 중인 바나나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잔류농약 기준을 초과한 바나나가 발견됨에 따라 회수·압류조치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바나나는 3개 업체가 수입한 7건의 물량이다. 특히 신세계푸드(1건)와 ㈜진원무역(3건)의 제품은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소비자에게 팔려나간 것으로 드러나 먹거리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이프로디온이 0.18㎎/㎏이 검출됐고, ㈜진원무역은 0.23~1.98㎎/㎏ 범위에서 검출됐다. 기준치의 9배에서 최대 99배에 이르는 수치다.

회수 대상은 진원무역(3건)과 신세계푸드(031440)(1건)가 수입한 바나나로 총 145만 1850㎏에 달한다. 식약처는 창고에 보관 중인 68만 7080㎏을 압류했지만, 이미 판매업체로 공급된 76만 4761㎏에 대해서는 회수를 진행 중이다.

또 ㈜진원무역(2건), ㈜수일통상(1건)의 수입분 총 3건은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창고에 보관돼 있어 전량 압류·폐기된다.

이프로디온은 과일·채소류의 잎마름병에 사용되는 저독성 살균제 농약이다. 식약처는 지난 9월 이프로디온 기준을 5.0㎎/㎏에서 0.02㎎/㎏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기준을 변경하면서도 이에 따른 정밀검사는 누락했다. 식약처는 처음 들여오는 농산물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이후 같은 회사가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서류와 육안 검사만을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이번 농약 바나나는 이전 기준인 5.0㎎에 맞춰 정밀검사를 받았을 뿐 새로운 기준에 따른 정밀검사를 받지 않은 채 ‘적합’ 결과를 받고 시중에 유통됐다. 이전 기준으로는 ‘적합’일지 모르지만, 신규 기준으로는 ‘부적합’ 물량이다.

이마트 측 역시 물류센터에서 자체적인 샘플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건으로 신뢰가 무너지게 됐다.

다만 원칙적으로 수입 바나나에 대한 검사 의무는 수입업체에 속하지 않는다. 식약처 농수산물안전과 관계자는 “이마트가 자체적으로 농약 잔류량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수입 농산물(바나나)에 대한 검사 의무는 정부기관에 있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농약 바나나가 시중에 유통된 사실은 지난 17일 서울시가 이마트 여주물류센터에 있는 바나나 2405㎏을 잔류농약 초과 검출로 압류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당국과 이마트 모두 해당 사실을 소비자에게 즉시 알리지 않은 데 대해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식약처 관계자는 “지자체(서울시)가 해당 사실을 즉시 발표했어야 하나 21일 저녁에야 식약처로 통보를 해왔고, (식약처는) 후속조치를 22일부터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판매업체나 구입처에 반품할 것을 당부하면서 수입 바나나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매 수입건에 대해 잔류농약 정밀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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