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경쟁자 없어 5차 대회도 ‘독주체제’

“경쟁자는 오직 김연아(19, 고려대) 자신뿐. 이번 대회도 독주체제다.”

오는 1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미국 뉴욕주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벌어지는 2009/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인 ‘스케이트 아메리카’에 나서는 김연아의 현재 상황이다.

김연아는 오는 15일 오전에 쇼트 프로그램, 오는 16일 새벽에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 나서는데 사실상 경쟁자가 없어 지난 2006년 11월 그랑프리 4차 대회 이후 그랑프리 시리즈 7회 연속 우승 행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문제는 김연아가 얼마나 ‘무결점’ 연기를 펼치느냐다. 지난 1차 대회인 ‘트로피 에릭 봉파르’ 대회에서 프리 스케이팅 최고점인 133.95점과 함께 합계 최고점인 210.03점을 받으며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210점대를 넘겼지만, 프리 스케이팅 과정에서 트리플 플립을 뛰지 못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210점을 기록한 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지만 김연아로서는 ‘퍼펙트 연기’라는 새로운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김연아는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를 앞두고 “1차 대회에서 너무 좋은 평가를 받아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번 대회 역시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더 나은 연기를 선보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미 김연아의 연기는 다른 선수들이 경쟁을 할 수 없을 만큼 한차원 높은 곳에 있고 결국 ‘무결점’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김연아의 이번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샤샤 코헨(미국)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그나마 김연아와 대적해 볼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수가 레이첼 플랫과 알렉스 자일스(미국), 수구리 후미에(일본)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플랫의 경우 3차 대회였던 ‘컵 오브 차이나’에서 고작(?) 157.71점에 그치며 4위에 그쳤고 김연아와 함께 1차 대회에 나섰던 자일스 역시 151.92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수구리는 플랫과 함께 나섰던 3차 대회에서 145.99점 밖에 받지 못해 김연아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김연아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또 훈련장소인 토론토와 시차가 없는 뉴욕주에서 경기가 벌어진다는 점 역시 김연아에게 호재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미국 선수 3명과 김연아를 제와한 나머지 선수들이 유럽 출신이거나 유럽에서 훈련을 하고 오는 선수들이어서 시차 적응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김연아가 지난해 말 국내에서 벌어졌던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동갑내기 아사아 마오(일본)에게 우승을 내주는 등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점수차로 연결되는 피겨의 특성을 감안할 때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김연아의 독주가 예상된다.

김연아가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다음달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는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을 확정짓고 지난해 뺏겼던 금메달도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이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전주에서 벌어지는 4대륙 선수권에 참가하지 않고 계속 캐나다에서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시즌은 평생에 단 한 차례 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올림픽이 될 수 있다. 사상 첫 동계 올림픽 피겨 금메달을 향해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연아가 얼마나 이번 대회에서 독주 체제를 확고히 하느냐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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