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 판교에서 환풍구 추락사고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6개월 만에 다중이 모인 행사장에서 충분한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또 귀중한 인명이 희생된 것이다. 행사를 주관한 경기도는 “언제 어디서 위험요소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올 들어 각종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고 하지만 정작 위험 요소는 지나쳤으니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였다.

세월호 참사의 뼈아픈 교훈을 망각이나 한 듯 사고공화국의 망령이 살아난 성남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3일 전인 지난 14일, 정부는 ‘국가안전대진단 국민참여 확산대회’라는 거창한 행사를 개최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이날 행사는 3부로 나누어 열렸는바, 중앙부처 중심의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에 더해 민간과 공공기관, 그리고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니 그야말로 정부가 국민안전을 위해 이만큼 애쓰고 있다는 띄우기행사나 마찬가지였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3부 행사 국민참여 확산대회였다. “내일의 성장은 오늘의 안전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국무총리, 관련부처 장·차관, 공공기관장 및 관련 시민단체 등 600여 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였고, 그 자리에서 정 총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안전을 지키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당부까지 했는데, 공교롭게도 국가안전대진단 행사 후 3일 만에 비웃기나 하듯 다중집합 장소에서 어처구니없는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정책을 꾀하고 국민안전을 강조한다고 해도 보여주기 식으론 안 된다. 일선 현장에서
손을 놓고 있으면 헛구호로 끝나고 공염불에 그치기 마련이다. 성남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하기 6일 전에 행사공동 개최자인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분당소방서에 광장 안전점검을 해달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소방당국은 점검 시설이 없다며 무시했다. 또 공연주관사가 분당구청에 광장 사용 승인 신청을 했지만 승인 내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가 인원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안전불감증 속에 인재가 발생했으니 ‘말뿐인 국민안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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