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크듀오 해바라기 이주호(우)와 강성운. ⓒ천지일보(뉴스천지)

음악은 ‘사상’과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질문은 없다. 가수든 밴드든,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지 다른 것은 없다. 하지만 음악 하는 이유가 단지 음악을 좋아해서만이 아니라는 사람이 있다.

“눈에 보여지지는 않지만 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내가 능력이 부족하니 많이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우리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게 말예요.”(이주호)

따듯한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는 포크듀오 해바라기 이주호(52) 씨, 그와 11년째 함께해 온 강성운(38) 씨를 늦가을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어쩌면 10대들에게는 ‘해바라기’라는 그룹이 생소할 수도 있다. 아이돌 가수는 점차 늘어나고 성인가요는 사라지는 요즘 통기타 하나만으로 예술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10대들이 알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룹 ‘해바라기’는 몰라도 ‘사랑으로’라는 노래는 안다.

이주호 씨는 이유를 “노랫말 안에 사랑과 행복, 희망을 담고 있어서 그래요. 행복과 희망은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바라는 것이기 때문”라고 말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이 짧은 구절의 가사가 쉽게 만들어지진 않았다.

▲ 이주호. ⓒ천지일보(뉴스천지)

어떤 계기로 작곡을 하게 됐느냐는 물음에 이주호 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사랑으로’라는 노래는 85년도에 86아시안게임을 위해 준비했던 곡이예요. 전 국민이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이 많지 않았어요. 그 후 86년도에 완성 못하고 2년이 지나고 88년 봄 어느 날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두들겨라 열릴 것이다’라는 성구를 보고는 종이와 연필을 들고 이 노랫말을 쓰게 됐죠. 어떤 마을에 환경미화원 가족이 있었는데 6학년 큰딸과 3살 막내와 네 자매가 부모님이 새벽에 일하러 나가시고 너무 힘들어 농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는데 3살짜리만 죽고 나머지는 살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87년도쯤 기사를 보고 난 후에 자꾸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들을 서로 도와가며 살 수 있게 할까, 우리가 우리 사느라고 바빠서 옆도 돌아보지 못하고, 혹 우리의 뒤도 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서 인생 후배들이 다 떨어져서 사라져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구나’ 생각하다가 쓰게 됐어요. 써놓고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2번인가 3번 부르는데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거예요. 아침 세수는 눈물로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노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89년도에 녹음을 시작해 여태 오게 됐죠.”

뜨거운 마음과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여서 그런지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 한 구석에서 따뜻한 온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다. 때문에 ‘사랑으로’라는 곡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불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노래가 만들어진 이후 서로 도우려고 하는 봉사단체도 많이 늘어났고 사랑하면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주호 씨.

2003년에 발표한 ‘아름다운 약속’이라는 곡은 소년소녀 가장들이 많았던 그 시기에 ‘행복한 가정 지키기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만들게 됐는데 이후 재혼율은 많아지고 이혼율은 낮아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렇게 문화소외지역에서 노래를 통해 문화가 변화하는 모습을 전달해주고 삶의 휴식을 전해주고 있는 해바라기 이주호 씨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모인 곳에 제일 먼저 찾아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그들에게 희망과 기쁨과 행복을 나눠주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는 일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이주호 씨는 “늘”이라고 말한다. 항상 변함없이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주호 씨는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음악의 힘이고, 음악을 하는 에너지와 목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음악이 좋기도 하지만 이런 목적으로 하면 훨씬 즐겁고 행복해지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려고 하는 동기부여가 되고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 강성운. ⓒ천지일보(뉴스천지)

“음악은 팔자죠. 아무나 못하는 재능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어요. 인생에 있어서 음악이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강성운)

11년째 해바라기와 함께하고 있는 강성운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해바라기 음악을 교과서 삼아 기타연습을 했다. 그 당시 기타치는 사람들의 필수코스가 해바라기 음악이었을 정도로 해바라기는 기타리스트들의 로망이었다.

강성운 씨는 “제 때는 음악을 할 때 어떤 퍼포먼스가 있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그때는 ‘가요 TOP10’이라고 해서 나이 상관없이 온 가족이 다 앉아서 음악을 들을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10대 후반만 되더라도 잘 안 보잖아요. 전 국민의 정신연령을 중상으로 맞춰놓고 모든 방송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때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음악이나 예술 쪽으로…”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췄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며 “기부를 하는 게 좋긴 하지만 우리가 사회에서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때 일반적인 상식선 이상으로는 그 돈을 내가 어디서 벌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상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있고 아티스트들이 있다. 이들이 예술을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은 하나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듣게 해주고 알게 하는 그것.

그러나 단지 보고 듣고 알게 하는 것 외에 마음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예술인, 마음의 변화로 인해 세상을 변화하게 만들고자 하는 음악인은 그리 많지 않다.

말로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위해 매일 가슴으로 노래하는 해바라기의 이주호 씨와 강성운 씨.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라는 이 한 줄의 노랫말처럼 어두운 세상 가운데 그들의 노래가 하나의 빛이 되어 오랫동안 퍼져나가길 희망해본다.

해바라기는 오늘도 소리 없이 용기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노래한다. 지난 8일은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2009 가을밤 해바라기 전주콘서트’를 가졌다. 소년소녀 가장 돕기의 일환으로 올해 데뷔 33주년이 되는 뜻 깊은 행사를 갖게 됐다. 해바라기는 이날 공연에서 ‘사랑으로’는 물론이고 ‘내 마음의 보석상자’ ‘어서 말을 해’ 등의 노래와 6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 수록곡 ‘사랑의 발걸음’과 ‘멋져요, 멋져요’ 등의 신곡으로 뜨거운 무대를 선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로 하는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있는 것처럼 ‘나 여기 있어’라는 말 없어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있다면 세월이가도 변하지 않는 해바라기의 희망과 사랑을 담은 노래일 것이다.

“저급하다고 생각하진 않고 너무 치우쳐 있는 것이죠. 그것이 누구의 잘못인지 생각해보면 딱히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송출하는 사람들이 비판 없이 송출을 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죠.”(강성운)

“해바라기 음악을 좀 많이 들으세요. 해바라기 음악은 그 안에 굉장히 많은 삶의 아름다움이 들어있어요. 인생이라는 것이 일상의 반복이긴 하지만, 살면서 해바라기 음악을 접하면 여러 가지로 득이 많이 되니까 시간만 되면 해바라기 음악을 많이 들으시길 바랍니다.”(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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