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오랜 습작의 흔적을 습관처럼 남겨온 그가 근 6년 세월의 결실을 묶어 총 45편의 시들을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죄책감이라는 단어는 표제작인 마지막 시편의 제목으로 한 번 등장하지만, 부재의 흔적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게로 45편의 시를 관통하고 있다.
없음의 남아 있음
출근길에 생각했다
나는 왜 저 사내가 되지 못할까
선로는 나가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문
그 위에 서서 나는 왜 저 사내가 되지 못할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등이 아주 작게 말린
가난한 아비 하나가 선로 위에 누워 있던 거다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외할머니는 그의 등을 긁어주었던 거다
좁게 파인 등골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등이 작으면 저 긴 잠 일렁이는 물결에도
별자리들이 출렁이지
출렁이기 마련이지.
혀를 찼던 거다
-‘우두커니’ 부분
임경섭 지음 /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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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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