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봉근 해처럼달처럼 사회복지회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 윤봉근 해처럼달처럼 사회복지회 회장
소외된 이웃 돕는다 해서 ‘독립군’이라 불려
전국 돌며 장애 시설·단체 관련 자료 수집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장애와 관련한 법·제도가 만들어져도 장애인 당사자가 각종 복지서비스가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죠. 또 사고 당시에 적절한 대처 방법을 몰라서 장애를 더 심화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1급 지체 장애인이면서도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애써 ‘독립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윤봉근(56, 남,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해처럼달처럼 사회복지회 회장.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다니며 장애에 대해 잘못된 사회 인식을 해소하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다고 해서 독립군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윤 회장은 지난 1992년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가 난 후 두 다리를 쓸 수 없게 됐다. 40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던 그는 “응애~”하고 아이 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날은 딸이 태어난 날이다. 사업을 해 먹고 사는데 걱정 없었던 윤 회장은 9개월 동안의 병원 치료비로 재산을 모두 날렸다.

하반신이 마비돼 대소변을 제대로 가릴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아내는 이혼을 선언했다. 가족도 잃고, 돈도 잃고 이제 남은 것은 불구가 된 몸밖에 없었지만 윤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장애를 갖고 나니 휠체어 타는 법도 모르겠더라고요. 누구 하나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죠. 혼자 공부해서 터득하고 나니 장애예방과 재활정보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봐도 전문용어로만 설명돼 있어 일반인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도 잘 모르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윤 회장은 설명했다. 책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이때부터 전국에 있는 사회단체와 복지관, 관련 시설 등을 돌며 자료를 수집했다.

윤 회장은 “상식을 조금만 알고 있으면 많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며 “달걀로 바위를 치는 심정으로 전국을 다녔다”고 말했다.

1993년 해처럼달처럼 사회복지회를 설립한 이후 그는 1995년 장애예방에 관한 정보책자 ‘해처럼달처럼’, 1997년 ‘장애예방과 재활 정보가이드’ 등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

해처럼달처럼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인 재활과 여성․노인․아동 복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나라에서 지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힘든 사각지대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윤 회장은 “한 생명을 돈으로 보지 않고 가치로 본다. 일단 살리고 보자는 것이 내 신념”이라며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많은 혜택을 받고 굶고, 추워서 죽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 혼자였다면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겁니다. 지역에 있는 봉사단들이 다 명장 기능장이에요. 이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서 수고해주기 때문에 복지회가 유지되고 있죠. 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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