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안에서 안전모를 착용한 한 인부가 동공 안을 점검한 후 사다리에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시 “시공사, 지반침하에 대한 조치 미흡”
삼성물산 “조사결과 존중… 책임지고 복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석촌지하차도 동공(洞空, 빈 공간)의 발생 원인이 9호선 실드터널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의 부실 공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총 7개의 크고 작은 도로함몰(도로상의 구멍) 및 동공과 관련한 ‘서울시 도로함몰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조사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동공은 지하철 9호선(919공구) 3단계 실드 터널 공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919공구는 충적층(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연약지반)으로 삼성물산이 지반 침하에 대비한 현장조치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조치가 미흡해 동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드 공법은 원통형 기계인 실드 TBM(Tunnel Boring Machine)을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들어가는 방식이다.

조사단은 삼성물산이 실드 공법에서 가장 중요한 토사량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물산은 지하차도 구간에서 공사를 시작한 작년 5월부터 최근까지 애초 예측한 굴착량 2만 3842㎥보다 14% 많은 2만 7159㎥의 토사를 파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TBM이 흙 속에 박혀 있던 크고 둥근 돌과 함께 회전하면서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흙을 파낸 것으로 추정했다. 또 TBM 앞에 부착돼 흙과 바위를 부수는 ‘커터(cutter)’를 교체하면서 특수용액으로 터널 주변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그라우팅(grouting)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사장은 “서울시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 이번 일은 저희가 관리하는 공사구간에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계약에 따라 책임지고 복구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는 동공 등 매년 늘고 있는 도로함몰 현상을 관리할 특별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시는 도로함몰의 주요 원인인 노후 하수관로의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2021년까지 5000㎞, 연평균 680㎞의 낡은 하수관을 점검한다. 내년도 하수관로 보수 예산은 올해보다 1017억 원 많은 2200억 원으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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