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인류는 모순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전쟁을 최후수단으로 삼았다.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여 목적을 실현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강권법칙은 사람들의 소망이나 도덕성의 여하와 무관하게 역사를 횡행하면서 고유의 기능을 발휘했다. 무수한 민족과 국가가 각주를 달았지만, 인류는 이를 능가할 법칙을 기대하지 못했다. 원래 이는 동물사회의 법칙에 불과했다. 인류는 동물사회에서 준수했던 이 법칙을 인간의 본능이자 대단한 진리로 숭상했다. 이러한 인식이 집단과 국가의 본능으로 변했다. 독일의 Horst Teltschik는 ‘국가라는 개념은 전쟁이라는 개념을 지닌다’고 했으며, 그리스의 철학자 Heraclitu는 ‘전쟁은 만물의 아버지’라고 했다. 호머의 서사시에서는 근육이 잘 발달한 인체를 숭상했으며, 스파르타식 상무정신과 올림픽경기는 힘에 대한 숭배와 열광을 반영한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살라미스해전과 플라타이아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문명은 생존공간과 발전의 시간을 확보했다. 알파이라와 하다스페스전투에서 알렉산더의 승리로 그리스문명이 정점에 달했다. 게르만족은 오랫동안 검은 숲에서 야수들과 생사를 걸고 싸우면서 약육강식이라는 강권법칙을 배웠다. 삼림에서 나온 게르만은 강력한 힘에 의존해 로마제국과 운명을 건 아드리아전쟁에서 승리했다. 스스로 위대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역사상 모든 민족은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국 국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힘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천성까지 변화시켰다. 힘은 모든 민족과 국가의 존재와 발전을 이룩하는 원동력이었다. 강권법칙은 인류를 동물사회에서 인류사회로, 원시부족시대에서 문명시대로 이끌었다. 이러한 사실은 강권법칙이 인류의 가장 강력한 흡인력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는 힘끼리 각축을 펼친 역사이자, 강권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민족과 국가가 강대함을 추구한 역사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약소국은 자국의 강대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강대국은 강대함을 잃지 않으려고 총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속성 때문에 흥성하는 국가는 장차 전쟁을 펼쳐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 기존의 강대국은 자국의 안전을 위해 흥성하는 국가를 제압하려고 한다. 미연에 닥칠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잠재적 강국을 대상으로 미리 타격을 가하기도 한다.

20세기에 이르자 과학적 이론이라는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을 역사해석에 적용했다. 생물학적 진화론의 중요한 관점은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다. 대자연은 평화와 협조보다 물고 뜯는 잔인함이 난무하는 곳이다. 약자의 소멸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투쟁은 진화의 수단이며, 자연계에는 도덕적 선악의 표준은 없다. 유일한 표준은 성공이며, 환경에 적응하는 자가 곧 성공한 자이다. 그러나 이는 다위니즘을 인류에게 적용한 사람들의 편견에 불과하다. 인류의 역사상 어떠한 부족, 종족, 민족, 국가의 출현과 소멸, 강성과 쇠락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만물의 경쟁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사회적 다위니즘은 학술의 한 유파이자 이론으로 어느 한 시기에 유렵 여러 나라에서 성행했다. 19세기의 이면에는 다윈주의자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각국의 정치가들은 세계를 무대로 정치적으로 이합집산하면서 약육강식을 일삼는 과정에서 이 이론을 사회적 실천에 억지로 적용했다.

사회적 다위니즘이 출현하자 이것은 유럽문명의 역량추구와 강권법칙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매우 과학적인 이론으로 인정됐다. 다위니즘의 추종자들은 스스로 존재하던 상태를 자각한 상태로 부각시켰다. 사회적 다위니즘의 기원은 진화론이므로 강권법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역시 진화론과 무관하지 않다. 강권법칙이 사람들에게 당연시되자 인류의 집단인 민족과 국가가 강대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당연했다. 오랜 인류의 역사에 잠복된 이러한 인식이 전쟁의 심층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격렬한 상업적 경쟁의식과 전대미문의 과학기술과 생산력의 발달을 이용해 인류에 대한 강력한 파괴력을 발전시켰다.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이스라엘과 공격력을 합법화하려는 일본이 그 정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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