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할 때는 쌀뜨물… 음식 재료는 직거래 상품

▲ “장을 볼 때는 장바구니 이용하세요”

스스로도, 남들에게도 ‘에코맘’으로 통하는 주부 이혜정(42) 씨는 음식을 만들 때, 폴리에틸렌(PE) 위생장갑이 아닌 자연생분해성(CCB) 소재로 만들어진 장갑을 사용한다.

이 씨는 “자연생분해성 소재 장갑은 항아리처럼 숨 쉬는 특징이 있어 신선도가 유지되고 항균력이 좋다”라며 “따뜻한 음식이 닿아도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고 소각해도 재로 변해 자연으로 돌아가 안심하고 쓰고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장을 볼 때 비닐봉투가 아닌 직접 만든 퀼트가방을 애용하며, 물건을 구매할 때 친환경상품 인증마크가 붙어 있는 제품을 고른다. 이 외에도 환경 친화적인 상품을 사용하며, 쓰레기를 줄이려 애쓴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구도 살리고 우리도 살린다(SAVE EARTH SAVE US)’는 슬로건을 내건 주부 모임 에코맘(ECOMOMS)을 소개했다. 에코맘은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엄마를 뜻하는 ‘맘(Mom)’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 적극적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친환경적 살림을 하는 주부를 뜻한다.

에코맘은 먹을거리부터 시작해 입는 것과 살고 있는 곳을 꼼꼼히 살펴본다. 심지어 학교 급식 재료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석유를 사용한 값 싸고 조리하기 쉬운 인스턴트식품, 화학섬유로 질기고 편리한 의류,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다 못해 더울 정도로 난방이 잘 되는 주택 등으로 인해 자녀들 건강에 적신호가 오자 엄마들이 나선 것이다.

편리한 삶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도심 중심으로 아토피와 같은 피부병, 천식 등의 질병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태어난 신생아 5명에 1명은 아토피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자녀건강에 신경을 쓰는 만큼 환경보호에도 적극적이다.

어린 자녀를 둔 에코맘은 육아용품도 물려받아 사용한다다. 새로운 물건일수록 환경호르몬이 배출될 가능성이 높아 육아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만약 새 육아용품을 구입한다면 표백하지 않은 천으로 만든 면 의류나 유기농 면 소재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는 게 에코맘들의 조언이다.

또한 유기농 바람이 불면서 에코맘은 직거래 상품을 이용한다. 직거래 상품을 이용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믿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아파트 내에 들어서는 장을 이용하는 에코맘들이 늘었다. 이들은 “굳이 멀리 나가지 않고도 재료를 살 수 있어서 편리하고, 무엇보다 직접 채소 등을 기르신 분들이 와서 파니까 믿을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장충동에 사는 주부 김문숙(48) 씨는 세제 없이 설거지를 거뜬히 해낸다. 김 씨는 “쌀뜨물이나 밀가루 물을 사용하면 기름기를 없애는 데 효과가 정말 좋다”며 “자연환경을 보호하면 그 효과가 내 아이, 가족에게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에게도 환경은 개발 대상이 아닌 공존 대상이라는 것을 교육시킨다”고 말했다.

에코맘 등장으로 기업들은 녹색제품을 출시하고 그린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애경 송영신 차장은 “생활용품과 음식료품 광고에 유기농, 천연과 같은 말을 집어넣는 것은 에코맘 성향을 감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할인점에서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별도 코너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에코맘 영향이 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윤소영 여가연구센터장은 “친환경제품 소비와 아나바다 운동과 같은 ‘한국형 에코맘 운동’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아나바다 운동은 1990년대 초 YWCA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을 펼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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