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모 신학대 바로 옆에 사찰이 세워지는 바람에 신학대와 사찰 간 큰 소란이 생긴 일이 있었다. 신학대 측은 사찰이 꼭 신학대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사찰 앞에 가로수를 심었고, 학생들은 절 주변을 돌며 밤늦도록 찬양을 부르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찬양과 기도소리가 때로는 너무 커 소음공해가 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사찰 주변 주민들은 경찰을 대동하고 찾아가 항의하는 등의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이곳의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사찰 주변을 돌며 밤새도록 찬양과 기도를 하던 신학생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사찰 주지 스님은 “신학생들이 절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도 이들에게 나쁜 소리 한 번 한 적이 없었다”며 “신학대 학생들이 나중에는 찾아와서 ‘일방적으로 이렇게 하는 방법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며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 학생들이 지금은 종종 사찰에 놀러와 차도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학대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교수들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1년이나 지난 문제를 다시 애써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니 지금에 와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냐”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사찰의 주지 스님은 적극적이었다. 스님은 인근 성당과 교회 7개 등이 함께 모여서 마을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종교 간 화합을 통해서 사회에 본이 되자고 외치는 사람들은 많다. 나라의 큰 사안이 생길 때마다 손을 잡고 뜻을 모으는 등 언론을 통해서 비춰지는 모습들은 상생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태도가 현저히 다르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태도 때문에 편협하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일방적으로 기독교를 관철시키려고만 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닌지 생각해본다.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교리적인 차이로 입장이 다를 수는 있으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은 싸늘하다.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는 주변에 피해를 입히는 종교가 더 나쁜 종교로 보이며, 종교인으로서 본이 되지 못하고 그저 싸우는 모습으로만 비칠 수밖에 없다.

입으로는 종교 간 갈등을 해결한다고 외치지만 그들의 행동이 도리어 주변에 피해를 입힌다면 그 모습을 통해 종교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각 종교가 대화와 소통으로 서로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종교인들을 차갑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아마 그 모습을 본받고 싶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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