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지난 7월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임산부가 유산하게 된 것에 대해 주의 조치할 것을 관할 경찰청에 권고했지만, 해당 경찰청이 이 같은 권고에 불수용한다는 의사를 통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건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 온 사촌동생을 설득해 자수케 했던 진정인 한모 씨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치면서 시작됐다.

새벽 3시경 경찰이 증거물 확보를 위해 한 씨의 집을 갑작스레 방문했고, 이에 임신한 상태에서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한 씨의 아내가 놀란 나머지 하혈을 하고 결국 유산하게 됐다. 한 씨는 2008년 7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피의자를 자수하게 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진정인의 아내가 임신 7주차로 심신의 안정을 요하는 상태였으나 심야시간대에 경찰관 7~8명이 동원된 위압적인 상황이었던 점, 압수수색 직후 피해자의 하혈 및 태아유산이란 정황을 종합해볼 때 임의수사에 있어 진정인과 피해자와 동의나 협력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음에도 경찰이 이를 소홀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따라서 경찰의 이러한 행위가 피해자 주거의 평온을 보장하기 위한 업무상의 주의의무와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책무를 위반해 헌법 제12조 및 제1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안전과 사생활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기관의 장인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해당 경찰관들에게 대해 주의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 같은 권고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한 긴급체포 후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 확보를 위한 긴급성이 요구되고, 피의자의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 등 관련 형사소송법상의 적법절차를 준수해 정당하게 직무를 집행한 것으로 귀책사유가 없다”며 “권고를 불수용한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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