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심. ⓒ천지일보(뉴스천지)

고두심 “인순이 폭탄 머리 좋아한다”

 

연기 인생 35년, 베테랑 연기자답게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매력을 선보였던 고두심. 겉으로는 화려하고 세련돼 보이는 그는 외모와는 달리 보수적인 면이 많다고 말하면서도 “가수 인순이의 폭탄 맞은 머리를 좋아한다”는 다소 엉뚱한 발언으로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10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최초 여성대통령 역을 맡아 열연한 고두심 씨는 13일 오후 시사회가 끝난 후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고두심 씨는 “성에 안 찬다. 꼭 큰 작품만 한 것도 아니고 영화를 많이 해본 것도 아닌데 이 작품은 이상하게 아직도 촬영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며 “촬영장의 분위기가 좋아서 쉽게 촬영해서 그럴 수도 있다. 영화작업 하면서 드라마도 같이 했으면 많이 바빴을 텐데, 이번 영화는 여유로웠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촬영을 더 한다면 어떤 신(scene)을 찍고 싶냐는 질문에 “일본 사람들 앉혀놓고 다그치는 부분이라든가, 대통령 되는 날 선서하는 신 등 구분 없이 대통령 취임부터 퇴임까지 다 하고 싶다”며 크게 웃었다.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떠오른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시사회를 함께하지 못한 고두심 씨는

▲ 고두심. ⓒ천지일보(뉴스천지)
“오늘에서야 영화를 처음 봤는데 자화자찬 하고 싶다. 다 만들어진 영화를 보니 장진 감독이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보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 역을 연기하면서 롤 모델이 있었을까.

그는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연기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통해 정치 이슈가 아닌, 인간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다. 다행히 한국이 여성대통령이 없던 나라여서 편한 부분도 있었다. “그냥 나를 그대로 가져가도 되겠다 싶은 생각에서 연기했어요.”

장진 감독은 여성대통령 역으로 처음부터 고두심 씨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한다. “솔직히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대본을 읽다보니 앞에 대변인으로 잠깐 나올 뿐 비중이 작았다. “그래서 읽다말고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끝까지 읽어보라고 하더라구요. 다시 보니 내가 대통령이었어요.”

영화 안에는 3명의 대통령들이 중대 결정에 앞서 늘 주방을 찾는다. 그 주방장의 말 속에서 그들은 어떠한 소스를 얻어 스스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통령들이 주방에서 소스를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두심 씨는 “어떤 큰 학식이나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서 메시지를 찾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짜 여성대통령에 대한 그의 생각도 들어봤다. “쉽진 않을 것”이라고 운을 뗀 그는 “국회는 남성들이 많기 때문에 과연 여성대통령이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된다. ‘여성대통령이 나올 법한 시대’라고 말은 하지만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많아 사실 진짜 나오게 된다면 쉽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많이 외로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고르는 특별한 기준은 뭘까. 그는 “남다른 기준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배우답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인간적인 면을 먼저 생각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는 6개월 동안 장진 감독과 함께 일했다. 긴 시간 동안 불편한 사람과 같이 일하는 건 좋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업하는 동안에는 가족보다 더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장진 감독에게 도 ‘우선 작품도 중요하지만 많은 배우들이 내 곁에 남을 수 있는 감독이 되라’고 얘기해 줬다 한다.

“배우로서 작품보단 인간성을 본다는 건 맞지도 않은 이야기고 웃기는 이야기일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작품을 그렇게 선택해 왔어요.”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는 “단지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왔을 때 ‘내가 그 인물에 얼마만큼 다가가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연기하는 데 있어서 어떤 한 시점을 벗어나고부터는 관객들의 공감대를 어떻게 채워줄까를 고민하게 돼요.”

만약 고두심 씨가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20대 고두심’이 같이 연기해 보고 싶은 남자 후배 를 꼽아보라는 질문에 그는 “두루 다 하고 싶다. 이병헌, 조인성, 현빈, 장동건 등 다양하게”라며 큰 소리로 ‘하하하’ 웃었다.

“실질적으로 나는 틀에 얽매이고 굉장히 보수적이며 현대적이지 못해요. 그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다른 사람들에게는 벗어나야 된다고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나는 그런 사람이에요.”

겉으로는 화려하고 세련돼 보이는 배우 고두심. 하지만 그 속은 어쩔 수 없는 이 시대 어머니였다. 분장선생님들이 ‘화장을 잘 먹는 얼굴’이라고 말해 기분이 좋았다며 어린 아이처럼 웃는 모습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따뜻한 어머니같은 고두심이 표현하는 여성대통령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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