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도서관이 ‘원행을묘정리의궤’ 등 고문헌 25종 129책을 전시, 조선 왕실의 가치를 조명한다. 원행을묘정리의궤(위)와 능행반차전도 (사진제공: 국립중앙도서관)

왕릉 가치 조명… 전통ㆍ조형예술성 지녀
화성행궁 회갑연 기록… ‘왕권강화’ 목적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의궤’는 국가 왕실에 관련된 의례(儀禮)를 비롯해 주요 행사 후에 행사 과정과 결과를 정리한 ‘종합보고서’라 할 수 있다. 조선 왕실에서는 왕이 행차했던 기록도 상세하게 정리해 기록해 놓았는데,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에 행차했을 때의 의례 절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국왕이 왕릉 행차할 때의 행사를 그린 ‘능행반차전도(陵行班次全圖)’ 등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1일부터 6월 29일까지 고전운영실에서 ‘왕릉, 죽은 왕들의 궁전’ 2분기로, 고문헌 전시를 연다. 전시에는 ‘원행을묘정리의궤’ 등 고문헌 25종 129책을 선보인다.

전시는 조형 예술적 가치와 역사적 전통성을 지닌 왕릉과 관련한 능지(陵誌), 비문, 의궤, 능행반차도 등의 자료들을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의궤로 잘 알려져 있다. 1795년에 정조는 100리길을 이동해 화성(지금의 수원 성곽) 행궁(行宮)에서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8일 동안 벌였다.

이 의궤에는 정조가 이렇게 전례가 없을 만큼 거창하게 행사를 치른 이유가 기록돼 있다. 기록을 보면 이때가 정조 재위 20주년에 해당하는 데다 자전(慈殿)의 나이가 육십을 바라보고, 사도세자의 구갑(舊甲)이며, 혜경궁 홍씨의 주갑(환갑)에 해당하는 뜻깊은 해이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의도는 화성 건설의 명분을 높이고, 화성을 통한 왕권 강화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자 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책은 권수 1권, 본편(本編) 5권, 부편(附編) 4권, 모두 8책으로 나눠졌다. 권수에는 택일(擇日)·좌목(座目)·도식(圖式)으로 구성돼 있고, 이전의 의궤와는 달리 도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이번 전시는 조선 왕릉과 관련한 자료들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확인해 보는 자리다. 자료에 따르면 조선시대 왕족의 무덤은 모두 119기에 이른다. 능 42기, 원 13기, 묘 64기이다.

또한 현재까지도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조선 왕릉은 조선 왕조 500여 년에 걸쳐 유교 전통과 풍수지리를 적용한 조형 방식으로 조성됐다.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편 왕릉은 재실에서 금천교(禁天橋), 홍살문까지의 ‘진입 공간’과 홍살문에서 배위(拜位), 참도(參道), 정자각(丁字閣)까지의 ‘제향 공간’, 잔디가 조성된 언덕에 문무인석, 석마, 석양, 망주석, 혼유석 등을 조성한 ‘능침 공간’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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