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프란치스코가 3일(현지시각) 로마에 있는 예수교회에서 예수회와의 감사미사를 집전한 뒤 나와서 사람들에게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날 교황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동성애에 관련된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출처: 뉴시스)

교황청 “교황,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 것 아냐”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바티칸 교황청이 지난 5일(현지시각) 최근 논란을 일으킨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대해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 언론 “교황, 동성결혼 합법화 인정”

이탈리아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공개로 진행된 ‘전 세계 수도회총원장연합회(USG)’ 회의에서 “가톨릭이 이혼한 부모나 동성 커플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겁주어 쫓아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과거 그의 교구였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동성애 부모를 둔 한 소녀에 얽힌 사례를 들었다. 교황은 “어떻게 우리가 이런 아이들에게 예수를 보여줄 수 있겠는가? 어떻게 우리가 변화하는 세대에게 예수를 보여줄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믿음에 반하는 백신을 투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발언과 관련해 이탈리아 언론들은 즉각 “교황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고, 이에 교황청은 논란에 대해 해명에 나선 것.

◆교황청 “언론들이 역설·왜곡해”

교황청 대변인인 페레디코 롬바르디 신부는 “언론들은 교황이 마치 특정 동성애자 단체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는 역설이자 왜곡”이라며 “교황은 단순히 복잡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고통 받는 어린이들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이후 이전 교황들과는 달리 동성애에 대해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성적소수자들은 교황의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교황은 지난 7월 동성애와 관련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만약 한 사람이 동성애자이고, 신을 믿고, 선하다면 내가 어찌 그를 판단하겠는가”라고 답변했다.

◆성적소수자, 교황 행보 반겨

지난달 16일에는 로마 교황청 산하 ‘주교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에서 보수성향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전격 교체했다. 버크 추기경은 낙태와 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인물로 추기경단에서는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인사로 꼽혀왔다.

아울러 교황청은 전 세계 교구를 대상으로 동성결혼과 이혼문제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 총회를 앞두고 동거와 이혼, 동성결혼 등 ‘문제의 현상’을 명확히 진단하고 주교들의 경험과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가톨릭계 90%가량은 동성애·낙태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교황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동성애자 권익옹호 잡지로 알려진 ‘애드버케이트’는 지난달 교황을 표지인물로 올리고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보수신학자 반발 “동성애는 죄”

이 같은 상황을 바라모는 개신교 보수신학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부흥사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지난달 NBC의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교황의 동성애에 대한 시각에 대해 묻자 “교황은 동성애의 심판자가 아니지만, 하나님은 심판자이시며 그 분은 동성애를 죄라고 말씀하신다”고 답변했다. 교황의 발언을 놓고 정면 반박한 것. 그래함 목사는 “나는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싶다. 교황이 ‘나는 심판자가 아니다’라고 한 말은 옳은 말이다. 심판자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도 최근 CNN 피어스 모건(Piers Morgan)과의 인터뷰에서 ‘가톨릭교회를 포함해 당신과 다른 기독교인들이 모든 동성결혼을 지지하게 되는 때를 상상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내 삶 가운데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보지 못할 것”이라며 “당신(모건)과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하나님께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더욱 두렵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