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 물가에 대한 시각차 때문

지난해 세계금융위기 이후 올해 2분기에 들어서면서부터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데에 G20은 뜻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출구전략’에 관심을 모으는 데 예외가 아니다. 지난 17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부양책을 어느 시점에서 거둬들일지에 대한 논쟁을 벌였다.

이 총재는 “올해 안으로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며 “부동산 등 저금리에 대한 부작용이 생기면 통화정책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며 금리인상을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은 결국 우리 몫이다”고 말했다.

반면 윤 장관은 “세계 경제가 바닥을 쳤으나 출구전략 카드를 쓰기에는 이르다”며 “출구전략 시기는 국제 공조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모든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한국은행이 제시한 2%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했다.

이처럼 이 총재와 윤 장관이 출구전략과 관련해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물가와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다.

윤 장관은 국내 경기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 금리인상으로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행 측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증가와 수도권 집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버블 등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며 “더욱이 시중 유동성이 과잉인 상태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형성 등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고 보고한 바 있다.

윤 장관은 집값상승에 대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걱정할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수도권 외곽 지역 가격은 여전히 지난해 말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11만 6000가구가 적체돼 전국적으로 보면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미국과 일본을 봤을 때 너무 이른 출구전략은 더블딥으로 이어지고 또 늦을 경우 자산시장의 버블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번 G20이 출구전략 시행 시점에 국제적 공조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그런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바라보는 출구전략에 대한 시각차가 커 앞으로 정책조율을 하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 양측은 24일부터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출구전략은 ‘유동성 회수정책’이라고도 하며 정부가 경기침체 시 시행했던 ‘금리인하’와 ‘유동성공급 확대’를 다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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